■  전문가 칼럼

강 상 조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 사는데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소득 2만불 수준이면 1인당 연간 3만~4만원 이상은 사야 되는데 1만8천원(2008년 기준)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10만원, 화훼선진국인 유럽은 12만원을 넘는 나라들이 많다. 세계 각국의 1인당 꽃 소비액은 국민의 소득수준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즉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꽃 소비액도 수직적으로 증가한다. 소득수준이 비교적 낮은 루마니아, 러시아 등의 동유럽 국가 사람들도 꽃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러시아에서는 매년 여성의 날(3월8일)이면 모든 남성들은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돼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꽃에 인색할까. 70년대 이후 고도성장에 따라 물질적인 면은 웬만큼 충족된 듯하나 꽃의 가치를 알거나 꽃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정서적인 면은 많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나 정서적인 수준은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통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나누고 베푸는 과정에서 조금씩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웰빙 바람과 함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원예식물을 선호하며 그 가치를 알려고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이다. 또한 최근 경기는 어렵지만 결국 풀릴 것이고 국민의 소득수준도 꾸준히 향상될 것이기 때문에 장차 꽃 소비 증가는 확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꽃 자판기를…
꽃 소비를 많이 하는 선진국들을 보면 국민들이 언제든지 꽃을 접할 수 있도록 생활공간 주변에서 꽃가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역이나 백화점, 음식점 등의 주변에 화분 자판기까지 설치돼 있으며 가격대도 다양해 원하는 상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꽃 가게도 많지만 술집 주변에도 간이 판매소가 많아 친구들과 약속장소로 가면서 가볍게 꽃을 사기도 한다. 관심 있게 봐야할 것은 꽃을 판매할 때 최대한 포장이나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꽃만 묶어 판매하는 것이 보통으로 그만큼 꽃을 저렴하게 구입한다. 화훼선진국인 네덜란드도 포장이나 디자인보다는 꽃 자체를 사는 경우가 많으며 선물용 등 특별한 경우에만 약간의 포장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도매시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거의 도매가로 꽃을 공급해주는 곳도 여러 곳 있어 사람들은 항상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꽃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들의 꽃 소비는 선물용이 아닌 일반 가정용으로 정착돼 있어 생활공간에 꽃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항상 꽃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꽃을 사려면 꽃집을 한참 찾아다녀야 한다. 도시에 꽃가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꽃을 주문하더라도 가정용이 아니라 선물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형태로 구입하게 돼 꽃 자체 값보다는 포장이나 디자인에 추가비용이 늘어나 가격이 비싸진다. 당연히 꽃은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활용이나 가정용으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선뜻 꽃을 사기가 망설여진다.

꽃이 삶의 질 바꾼다
이젠 꽃 소비 생활화를 더 이상 늦추지 말아야 한다. 삶의 질 향상이란 물질적인 풍요 못지않게 정신적인 풍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젠 꽃의 가치를 이해하고 꽃과 함께 생활하면서 정서적으로 선진국 소리를 들을만한 수준에 와 있다.
사실 꽃 소비 생활화는 정책지원, 기술개발, 문화적 접근, 개개인 의식수준의 변화 등 관련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탄력을 받으며 속도가 붙는다. 특히 꽃집은 꽃을 모르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꽃을 만나는 곳이다.
꽃집 주인은 가격 표시, 상품 실명제, 판매하는 꽃(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사후 확실한 품질관리 등 고객입장에서 최대한 친절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 OECD 11위, 경제선진국답게 꽃과 식물에 의한 정서 함양에도 관심을 갖자. 꽃을 안고 가는 여인을 바라보노라면 세련미 마저 넘쳐 흐르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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