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지난 4월초에 부활절을 보냈고 5월 들어 석가 탄신일을 맞았다. 구원이나 내세의 있고 없음에 대한 차이는 있겠으나 어느 종교이건 간에 현세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가르침에는 일맥상통한다.
우리 일상의 삶 안에서 행동하지 않는 사랑은 죽은 사랑이요, 실천하지 않는 자비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공허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파(說破)한다. 사랑과 자비의 행동과 실천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행해야 할 기본 덕목이라는 것이다.

‘친구’는 제2의 ‘나’
지난 4월 오랫동안 암으로 투병하던 필자의 매제가 운명을 달리 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보름 정도, 그리고 장례기간 중 그의 친구들이 보여준 우정에 새삼 깊이 감동했다. 60대 중반에 접어든 친구들이 문병하고 조문하면서 그리도 많이 눈물을 훔치며 훌쩍이는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었다.
운명 하루 전에 부부 서간집출간을 마무리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주었으며 작고 후에는 친구들 주관으로 영결식 행사도 치렀다. 행동하는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인연복(因緣福)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친구란 오랫동안 가깝게 사귄 벗을 말한다. 그래서 옛날엔 벗을 ‘제2의나(第二吾)’라 하기도 했다. 진정한 벗은 나보다도 더 나를 잘 알겠기에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인디언들에게 ‘친구’라는 말은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천금을 얻기는 쉬워도 진정한 벗을 얻기는 어렵다는 속담도 있듯이 진정한 친구를 얻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 중에는 술자리에서만 친한 술친구도 있고, 그저 만나면 가볍게 인사나 나누는 얼굴만 알고 지내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어떤 친구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래 사귄 벗처럼 편안하고 언제 보아도 친근한 느낌을 주는 그런 친구도 있다. 이것은 아마 그에게 믿음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벗은 내가 정말 힘들 때, 바위처럼 굳건히 서서 말없이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런 친구는 서로의 인생을 기름지게 할 것이다.

인연복의 이치는 인과응보
공자는 일찍이 자기에게 이로운 벗과 해가 되는 벗을 각각 세 종류로 나누어 말한 바가 있다. 이로운 벗으로는 첫째, 심성이 곧은 친구로 나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며 두 번째는, 신의가 있는 벗으로 나를 성실의 길로 이끌어 준다. 세 번째로 아는 것이 많은 친구로 나의 지식과 앎을 넓혀준다고 했다.
한편, 해로운 친구로는 첫째, 착하기만 하고 줏대가 없는 친구로 이런 친구는 편한 것만 좋아하고 하기 싫은 것은 피하니 나를 나쁜 길로 이끌 것이다, 두 번째로는, 남에게 아첨하기를 잘 하는 친구로 남을 기쁘게는 잘 하지만 진실하지 못한 친구이며, 세 번째는 말만 번드레하게 잘하는 친구로 성실성이 없는 친구다. 오늘날에도 마음에 새겨야 할 말씀이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고 검은 먹물 근처에 가까이 가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말처럼 좋지 못한 친구에게는 오염되기가 매우 쉽다.
그러나 좋은 벗을 가까이 두면 마치 방안에 난초를 기르는 것 같아 자신도 어느새 그 향기에 동화되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방에 앉아 있으면 비록 자신은 그 향기를 맡지 못하지만 어느 봄날 창문을 밀어 젖히면 호랑나비가 들어온다. 이는 방안에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복중에 인연복(因緣福)을 상복이라 했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 이로운 친구가 되고자 할 때 인연복은 절로 굴러 들어오게 될 것이다. 다른 모든 인간관계에 따른 인연복도 그 이치는 마찬가지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