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15

 

비닐하우스나 비닐터널은 농작물의 보온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햇볕 좋은 날 바깥 온도가 섭씨 20도가 되면 시설 안의 온도는 40도 가까이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낮 한때는 보온시설이 고온시설로 바뀐다. 이럴 때는 하는 수 없이 일일이 바람트기를 하여 온도를 조절하였다가 해가 지기 두 시간 전쯤 다시 보온조치를 해야 한다. 물론 자동으로 시설 내의 온도를 조절하고 바람트기를 하는 장치를 갖춘 온실은 예외다.
여기서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 하나는 보온이고, 그 둘은 이산화탄소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바람트기는 온도를 조절하는 일과 이산화탄소 공급을 겸한다.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재료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하여 탄수화물을 생산하는 광합성작용을 한다. 이 때 이산화탄소는 적어도 대기에 있는 농도만큼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온시설에서는 보온만 생각하다가 보면 이산화탄소의 공급을 놓치기 쉽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터널식보온절충못자리가 한창일 때 바람트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4월 하순에 접어들어 바깥온도가 올라가면 상내온도는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럴 때 바람트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모가 자라지 못하고 갈색으로 변하여 마침내 죽는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모가 타서 죽는다.’ 고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이산화탄소가 모자라서 ‘굶어서 죽는 것’이다. 벼의 모는 상내 최고기온이 45도일 때도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면 죽지 않고 계속 자란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공급을 끊으면 이내 죽어 버린다.

겨울에도 햇볕이 좋으면 시설 안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급하게 줄어든다. 오이와 같이 다른 작물보다 높은 온도를 요구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일 경우에는 이산화탄소 봄베를 설치하여 이른바 ‘탄산시비’를 실시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즈음과 같이 온도가 높은 때는 바람트기를 철저하게 해주면, 대기 중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훌륭한 탄산시비가 이루어질 것이다.
시설재배에서는 보온만큼 이산화탄소의 공급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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