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56

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56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본 새삼은 기주인 브겐베리아를 온통 덮고 아름답게 자라고 있었다.>

 

“식물도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면 백이면 백 사람 거의가 “식물은 코가 없는데 어떻게 냄새를 맡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아니다. 식물이 왜 코가 없단 말인가? 살아 있는 것은 어떤 것이나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 식물은 이파리에 ‘기공’이라는 코가 있다. 이곳으로 공기가 드나드는데 사과 잎 1㎟에는 기공이 무려 300여 개나 있다.

거짓말 같지만 식물은 이곳을 통해 냄새도 맡는다. 식물이 냄새를 맡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병균이나 해충의 공격을 받을 때이다. 옥수수 밭 한 귀퉁이에 조명나방의 애벌레를 풀어놓는다. 그러면 잎에 자스몬산(jasmonic acid) 성분이 마치 돌을 던진 호수에서 파문이 일 듯 점점 전방으로 퍼져나간다. 공격을 받는 옥수수가 에틸렌가스를 내뿜으면 친구들은 이 냄새를 맡고 이 성분을 내서 해충이 못 먹게 하거나 소화불량에 걸리게 한다. 이번에는 농약을 뿌려 벌레를 잡으면 이 성분은 파문이 자자들 듯 없어진다.

모든 식물이 냄새를 맡지만 대표적인 식물은 단연 새삼이다. 새삼은 잎이 없어 줄기에서 뻗어 나온 흡기를 식물에 박아 양분을 빼앗아 먹고 사는 기생식물이다. 새삼은 씨가 아주 작아 싹이 나와 10일 안에 녹색식물에 닿지 못하면 죽기 때문에 어디에 식물이 있나 냄새를 맡는다.
어떤 과학자들이 이런 실험을 했다. 새삼 씨를 뿌리고 주변에 토마토와 밀을 심어 놓았다. 새삼 싹은 나오자마자 토마토 쪽으로 갔다. 토마토로부터는 새삼에게 매력적인 여러 종류의 냄새가 나오는 반면에 밀에서 오히려 한 가지 기피 냄새만 나온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보고서 “새삼은 희생물을 냄새로 안다”고 결론지었다. 새삼이 기주식물에 닿아 양분을 빼앗아 먹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기주의 양분과 수분 통로에 흡기를 박으면서 흙에 내렸던 뿌리는 슬그머니 죽어버린다. 씨는 10년까지 살기 때문에 씨가 맺지 않도록 새삼과 함께 기주식물도 없애주어야 한다. 기주의 줄기 속에 남은 흡기가 메꽃처럼 싹이 돋아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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