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옥 자 명예기자

■  차 한 잔의 여유

또 봄비가 내렸다.
붉게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루는 복숭아꽃 나무 아래
억세져 버린 달래와 하얀 냉이꽃이
키자랑으로 하루가 간다.

아기 손바닥만큼 자란 머위잎새가
민들레잎과 생채로 버무려 먹으면
쌉싸름 함이 입안 가득 퍼질 것만 같다.
마디마디 맺혀
활짝 펴 보지도 못한 채
꺽여 버린 두릅순이 손 안 가득 넘쳐나고
야산기슭 아무렇게나 피어난
스티커 같은 앵두꽃이
다닥다닥 매달렸다 바람결에 흩날린다.

봄비가 흐려진다.
꽃비가 흩어진다.
겨울을 이겨낸 노란 장다리꽃이
홀로 흔들려도
지쳐가는 벗꽃아래 봄비에 씻긴
빨간 명자나무꽃이 더욱 선명하다.

점점이 하얀 도장 찍어 놓고
봄이 달아나지만
저 건너 교회당 옆 배나무 밭엔
하얗게 하얗게 배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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