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뿌리를 찾아 (45) - 전통사찰음식

■  식품대장정 - 한식의 계승과 세계화 Ⅲ
     한식의 뿌리를 찾아 (45) - 전통사찰음식

<적문스님은 절에서 직접 담근 장을 사용한다.>

 

육식·오신채 양념 금하고 청정·유연·여법의 조리덕목 지켜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불교가 태동한 수 천 년 전에 이미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정진에 최소한의 영양보충이 필요했고, 그 필요성에 의해 사찰에서 수행자들만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형성됐다. 그것이 오늘날 전통사찰음식의 시원이 됐는데, 현대에 와서는 단순히 절간에 국한된 음식이 아닌 웰빙식, 이른바 슬로푸드로 각광 받게 된 것이다. 제철에 나는 산채나물류가 주류인 사찰음식이 몸과 마음을 젊고 건강하게 하고 질병까지를 씻어내는 건강식이라는 것이 입증돼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석가탄신일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전승돼 오는 전통사찰음식 얘기를 전통사찰음식전문가인 적문(寂門, 경기도 평택 수도사 주지) 스님으로부터 들어본다.

 

<사진 왼쪽부터 당귀생절이, 진달래화채.>


청정·유연·여법의 조리덕목 지켜
“예로부터 산중 사찰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데는 세 가지 덕목(법도)이 있습니다. 바로 청정(淸淨), 유연(柔軟), 여법(如法)의 3대 원칙이지요. 첫째, 청정함이란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깃들어 있지 않은 청정한 제철에 나는 채소로 맛깔스런 맛을 내는 깨끗함을 말합니다. 그리고 육식은 물론이고 젓갈이나 파·마늘·부추·달래·흥거 등 냄새가 진한 오신채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수행자들의 금욕에 절대 필요한 것으로 이미 부처님께서도 계율로 정해 놓은 것이기도 합니다.
둘째, 유연함이란 짜고 맵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자극성이 많으면 수행정진에 힘쓰는 스님들의 위장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부드럽고 담백해야 한다는 것이죠.
셋째, 여법의 원칙은 양념을 하더라도 단것·짠것·식초·장류 순으로 넣어야 하고, 또 골고루 적당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지 말고 끼니때마다 준비해야 하고, 반찬 가짓수는 적되 영양은 골고루 포함돼 있고 양념을 적게 쓰면서 채소의 독특한 맛을 살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리법은 체계적인 어떤 교육과정을 통해 전수돼 온 것이 아니라 적문 스님 자신이 10세에 출가해 입산수도한 그날부터 행자, 사미승, 수계득도의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40년간 저절로 터득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통사찰음식연구소 수강생 교육중인 적문스님.>

 

전통사찰음식연구소 통해 대중화 작업
“중앙승가대학교 학보사 편집장을 지내면서 대중문화와 우리의 의식주 취재, 그리고 전통사찰음식에 대한 자료를 다년간 기록정리하면서 전통성의 변화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전통성을 지켜가기 위해 강좌 개설과 연구소 설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1991년 한국전통사찰음식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것이지요.”
이 연구소를 통해 총68기 3000여명의 수료생을 내면서 세상밖에 전통사찰음식을 많이 알리는 대중화작업에 기여하게 된 것을 큰 보람으로 느낀다고 했다.
산채나물이 주류인 식재료 공급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밭을 조성해 놓아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대중화 과정에서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퓨전화 되면서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이 적이 염려는 되지만 그것도 그닥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문화 종교의 가림없이 사찰음식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니 오히려 제맛을 제대로 지키는 노력이 더 급하지요. 6미(味)의 조화가 제대로 된 보양·보기·보혈식이 바로 이 전통사찰음식 입니다.”
적문스님이 계절별로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 개발한 음식은 대략 1000여 가지가 넘는다. 이 전통사찰음식의 대중화를 위해 수도사에서는 100억원의 사업비를 정부·지자체·조계종 종단으로부터 지원받아 산채나물 재배지, 템플스테이와 음식체험 및 조리시설 등 기반시설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IP 우리나라 사찰의 대표음식들

현재 우리나라의 사찰에서 독특하게 전승돼 오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사찰음식을 보면 ▲경남 양산 통도사의 두릅무침, 표고밥, 가죽김치, 가죽생채, 가죽전, 가죽튀각, 녹두찰편 ▲합천 해인사의 상추불뚝김치, 가지지짐, 죽순장아찌 ▲해남 대흥사와 금강산 유점사의 동치미 ▲전북 금산사의 돌미나리김치, 생채, 돌미나리전 등이 있다.
또한 ▲전남 여천 흥국사의 산초잎된장국, 산초잎장떡, 김부각, 민들레잎김치, 쑥밥, 원추리국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의 참나물김치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의 참나물김치, 무침, 튀김, 쌈, 취나물김치 ▲진주 의곡사의 우엉김치, 구이 ▲충청도 개운사의 머위김치, 무침, 돌나물김치 ▲부산 범어사의 씀바귀김치, 배추익선 ▲수원 용주사의 국화전, 두부소박이 ▲여주 신륵사의 연꽃밥, 표고버섯 찹쌀 전병무침 ▲구례 화엄사의 상수리쌈밥, 아카시아 꽃부각, 참죽부각 ▲경기도 용문사의 은행전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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