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시리즈 ⑬ -우리 과수산업 현황과 과제

■  국립원예특작과학원-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FTA대응 한국농업 희망탐색시리즈 ⑬ -우리 과수산업 현황과 과제

 

<농촌진흥청의 최고품질 과수 생산 매뉴얼인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의해 생산된 사과의 현장 평가회 모습.(경북 영주시농업기술센터)>

 

재배면적↓…기술향상으로 생산량은 증가
고품질·안전성으로 수입과실과 경쟁해야

 

우리 국민은 과일을 즐긴다. 하나만 먹으면 천 년을 산다는 ‘천도복숭아’ 이야기나 “깊은 산속에서 사는 신선 과실만 따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이야기 속에는 과실이 장수식품이라는 암시가 들어 있다. 실제로 과실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기능성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 또한 맛과 향기가 좋아 인간의 미식욕(美食慾)을 충족시켜주어 인기가 높다. 그래서 과실은 소득에 비례해서 소비가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제주도의 열대성 과실을 비롯해서 온대지방의 대표적인 사과와 배 등 다양한 과실이 생산된다.
국내 과실생산 규모는 농업 총생산액의 9%를 차지한다. 2000년 2조5천여억 원이었던 연간 생산규모는 2004년 2조9천여억 원으로 피크를 보인 후에 다소 떨어져 2008년에는 2조8천 원이었다. 과수 농가는 전체 농가의 15%에 해당하는 20만 호이고, 재배농가의 97%가 사과 배, 감귤, 포도, 복숭아, 단감 등 6대 과실을 생산하고 있다. 과수 재배면적은 2000년 17만3천ha에서 2008년 13만7천ha로 계속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생산량은 243만 톤에서 251만 톤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증가한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배의 경우 2000년에 10a당 1,237㎏에 그쳤으나, 2008년에는 무려 2576㎏으로 2배가 넘게 생산됐다. 밀식재배와 함께 재배기술이 현저히 향상된 때문이다.

수입과일, 국내소비량의 30%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실시장은 개방에도 불구하고 큰 충격 없이 대체로 안정세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과·배·복숭아는 식물방역법상 병해충의 위험성 때문에 외국산의 수입이 제한돼 있으며, 감귤과 단감도 미국(하와이, 텍사스, 플로리다 제외), 일본, 뉴질랜드에서만 수입이 허용되고 있고, 칠레산 포도와 미국산 오렌지가 수입되고는 있지만 국산 출하시기를 피해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과실은 2000년에 58.4㎏이던 것이 해마다 증가해서 지난해에는 67.9㎏으로 9㎏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이 양은 선진국 소비량의 52%에 머물고 있어서 앞으로 소비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량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국내 시장에 외국산 과실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2000년에 46만 톤이던 수입양이 2008년 73만8천 톤으로 증가해 국내 생산량의 29.4%에 이르렀다. 한편 수출량은 2000년 3만5천 톤에서 2008년 9만6천 톤으로 2.7배 증가해서 국내 생산량의 3.8%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입량이 수출량의 8배 정도나 된다.
수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이다. 중국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우리와 같은 과종을 생산하고 있는데다, 황금배와 같은 우리나라의 주요 품종을 가져다 생산해서 싸게 팔고 있어서 해가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생산비 높고 기반 조성 미약
국내의 과실생산여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열악한 편이다. 과수원의 상당 부분이 경사지에 분포하고 있는데다 경작로 등 기반 조성이 부실하다. 또한 노동을 절약할 수 있는 키낮은 사과원이 전체의 18%에, 밀식재배도 배는 48%, 복숭아는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과의 경우 10a당 노동시간이 칠레 100시간, 이탈리아 66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99시간으로 칠레의 2배나 높다.
이 밖에도 우리 과수는 고품질 안전 과실 생산기술이 아직도 미흡하고 판매에 있어서 유통체계가 불완전하다. 생산농가가 수량에 집착해서 맛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때문이다. 출하에 있어서도 농협, 현지 영농법인, 산지 수집상 등 여러 종류의 유통조직이 있어서 체계적인 출하를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 타결되는 한미 FTA협상에서 과수농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웠다. 사과와 배의 경우에 수입량에 대해 최장 20년간 관세 45%를 부과하고, 복숭아와 단감은 10년간 45%의 관세를 부과한다. 오렌지는 출하가 가장 많은 9~2월 사이에는 관세를 50%로 유지하고, 포도는 5월~10월15일까지 45%의 관세를 부과한다. 사과와 배는 장기간 수입관세가 높아서, 복숭아는 선도 유지가 어려워서, 단감은 식물방역법상 수입이 금지돼 있어 개방에 따른 피해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실의 시장개방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경쟁은 심화될 것임으로 미리 대책을 세우고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생산과 유통시설을 현대화하고 수입에 따른 피해보전 장치를 마련해 국산의 가격이 떨어질 때 보전해 줘야 하고, 폐원 농가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외국산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현대화하고, 노동절약형으로 과원을 개선하는데 대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고품질 생산을 위한 비가림시설, 관수시설, 방풍시설, 품종 갱신 등을 실시하고 용수개발과 농작로 포장 등을 통해서 수출단지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 농가는 생산량을 높이는 기술을 수용하면서 우수농산물관리(GAP, Good Agricultural Practices) 표준재배법을 준수해 과실을 생산해야 한다. 세계 어디나 수출이 가능한 안전성과 고품질이 확보된 과실을 생산해 국내에서는 수입과실을 제치는 것은 물론 해외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수출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기홍 과수과장의 조언

 

“과수산업 변화 패턴 잘 읽어야”

 

김기홍 과장은 과수농가가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과실의 변화패턴을 잘 읽기를 권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는 큰 과실을 선호했으나 점차 작은 과일을 찾고 있다. 예를 들면 15㎏에 30개 들이보다 50개 들이 작은 사과가 구매력이 높아지고 가격도 좋다. 점차 핵가족화 됨에 따라 단번에 먹을 수 있는 작은 것을 원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제사풍습이 점차 사라지는 다음 세대에서는 더욱 소과 패턴으로 바뀔 것이다.
한국과실을 이끌고 나가는 탑프루트(top fruit)는 1개당 500g에서 300g의 소과를 생산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포도와 감귤이 인기가 좋은 것은 깎지 않고 먹기 때문이다. 사과와 배도 앞으로는 껍질째 먹는 쪽으로 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칠레·유럽과 FTA타결 후 전면 개방에서 살아남으려면 첫째로 고품질화로 수입과실과 차별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GAP 표준재배법을 충실히 따라 유기농과 저농약 재배로 안전성이 확보돼야 한다.
둘째는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상위 농가와 하위 농가 사이의 소득격차는 무려 3.8배나 된다. 하위 5%는 65세 이상의 고령에 낮은 학력, 영세 규모 때문에 새기술의 정착이 어렵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과시장을 확보해야 하고, 가족단위의 영농을 해야 하는데 적정 규모는 2ha이다.
셋째는 참다래나 블루베리와 같은 기능성 과실 생산을 확대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넷째는 체험농장을 운영한다. 여러 가지 과실의 첨단 품종을 심어 고객들이 꽃과 향기도 즐기면서 수분작업도 하고 적과와 봉지 씌우기, 수확, 포도로 직접 와인 담그기, 자신이 담은 와인 시음하기 등 4계절 두루 고객이 농장을 방문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40~50대가 10~20대에게 고향의 정취를 알게 할 의무가 있다. 애플망고, 망고스텐, 망고 등 아열대 고당도 과실은 대량소비가 어렵기 때문에 생산 확장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