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사람들- 야생화 마니아, 김형오 국회의장 부인 지인경 여사

■  꽃과 사람들- 야생화 마니아, 김형오 국회의장 부인 지인경 여사

 

공관 정원 곳곳에 야생화 60여종 가꿔
나중에 올 사람에 대한 조그마한 선물
생명의 땅 지키는 농촌여성에 무한감사

 

꽃은 사람에게 정서적 안정과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한다. 특히 우리 산야에 피는 야생화는 한민족의 정서인 인고와 애잔한 사랑을 전해주며 각계각층에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는 국회의사당 의원동산에 전국 각 지역의 자생화를 모아 ‘화합의 꽃밭’을 조성했다. 전국 각지에서 총 87종 14,756본의 자생화가 식재된 이 꽃밭 조성은 평소 야생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던 김형오 국회의장의 아이디어다.
김형오 의장은 기념행사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식목일(植木日)의 취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무 목(木) 대신 화목할 목(睦)의 화합과 화목을 심는 식목일(植睦日)이 되길 바란다”며 “국회도 올곧게 뻗어가는 나무들처럼 국민에 뿌리를 내리고 국민을 향해 뻗어가는 듬직한 숲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형오 의장은 지난해 7월 국회의장 취임 이후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도 야생화 60종류 1만여 포기를 심어 부인 지인경 여사와 정원을 가꾸며 공관을 방문하는 내외국 주요 인사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운 야생화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14일 본지는 국회의장 공관을 방문해 지인경 여사로부터 부부의 야생화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는 본지 채희걸 발행인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송정섭 화훼과장, 정순진 연구사 등도 동행했다.

제18대 국회가 구성된 후 한남동 공관으로 거처를 옮기셨습니다. 딱딱한 베란다 보다 자연 그대로의 공간에서 나무를 키우고 정원을 가꾸는 것이 여사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요?
- 공관으로 이사온 지 채 1년이 안됐어요. 저는 이곳으로 온 것이 축복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길어야 2년 정도 머물다 가지만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추억으로, 그리고 삶의 활력소가 될 거라 생각하며 감사하게 살고 있어요.
녹색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꽃과 나무를 싫어하기보다는 너무 다른 일을 하다 보니 꽃과 나무를 잊어버리고 외면한 것이지요. 자연은 원천적인 생명인걸요.

 

<공관에 핀 수련 앞에서의 김형오 국회의장과 지인경 여사.>

 

공관 정원에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나무들은 물론, 60여종이 넘는 우리 야생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야생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 넓은 정원을 만끽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정원을 가꾸는 솜씨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남편과 함께 한 번 심어보자고 해서 한 두 그루 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소문이 나서 지인들이 나무며 꽃들을 심으라고 가져오기도 했죠. 의장님과(지인경 여사는 남편 김형오 의장을 의장님이라고 불렀다) 저도 재미가 붙었고요.
꽃을 키우다 보니 공관의 토양이 야생화가 자라기에 척박하더라고요. 그래서 비료를 주었더니 야생화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으로 바뀌어 생명감 있는 공간으로 변했어요.
다음에 공관에 들어오시는 분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곳을 떠날 때도 전혀 섭섭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야생화에 대해 따로 공부를 하시기도 하나요? 또 정원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 야생화를 특별히 좋아했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매료된 것 같아요. 항상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남의 것을 바라지 않고 자기 모습 그대로 피어났다가 지고, 음지든 양지에서든 누가 보든 말든 잘 자라는 야생화의 모습이 제 마음에 꼭 들었어요.
야생화뿐만 아니라 소나무를 보면서도 같은 마음이 들곤 해요.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이란 외국민요처럼 늘 푸른 소나무를 보고 있자면 복잡하던 마음도 금세 차분해지는 것을 느껴요.

의장님도 야생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나요? 공관을 방문하는 해외 유명인사들에게 우리꽃을 알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물론이에요. 국회에 야생화 정원을 조성할 정도로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요. 의장님과 저는 공관의 정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이기를 바라면서 야생화를 가꾸고 있어요. 한 번은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카타르대사 부인을 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원더풀 원더풀”을 연호하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대사 부인은 “매일 여기서 자느냐?”며 부러워하더군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공관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야생화를 적극 알리고 있어요.

공관의 야생화 중 특별히 아끼거나 좋아하는 꽃은 무엇인지요?
- 금낭화가 참 예뻐요. 지금 몇 군데 피어있죠. 처음엔 라벤더인 줄 알았던 맥문동도 오랫동안 보라색 꽃을 볼 수 있고 손이 많이 가지 않아 좋아해요.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꽃이죠. 가을에 피는 구절초도 흔하지만 참 예뻐요.
마지막으로 농촌여성신문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얼마 전 한 주말농장에 갔다가 그곳에서 농촌여성신문 이야기를 들었어요. 독자님들을 지면을 통해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농촌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먹을거리, 정겨운 향수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또 농민들의 땀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인 만큼 그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생명의 땅인 농촌을 아름답게 가꾸고 이어가는 데는 농촌여성의 힘이 절대로 필요하기 때문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졌으면 해요. 이제는 농촌은 옛날처럼 단순히 농사일만 하는 곳이 아니며, 농촌여성들은 웰빙시대, 선진농업시대를 견인하는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농촌이야말로 무궁무진한 바다이자 생명의 근원이에요. 농촌여성신문이 농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희망의 통로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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