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사람들- 토종 들국화 전문가, ‘국야농원’ 이재경 대표

■  꽃과 사람들- 토종 들국화 전문가, ‘국야농원’ 이재경 대표

 

40년간 들국화 1천여종 채집·육종
분경작품 대여해 부가소득 창출


식물도감을 다시 쓰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 ‘국야농원’ 이재경(70) 씨는 토종 들국화 육종과 재배에 있어 국내 제1인자다. 그가 40여년간 전국의 산야와 섬을 샅샅이 뒤져 채집한 들국화와 육종한 품종만 해도 1천여종이 넘는다. 식물도감에 등록된 들국화 외에 그가 찾아내 등록한 토종 들국화 품종도 여러 종 된다.
학계와 연구소 등에서는 엄두도 못내는 들국화 탐사와 재배, 신품종 육종에 있어 독보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는 그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04년 산림청으로부터 들국화 부문의 신지식 임업인으로 선정됐다. 국립종자원으로부터는 개인 육종가로 등록되기도 했다. 명실공이 국가로부터 들국화 연구가로 인정받은 셈이다.
인천이 고향인 이재경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취미로 들국화를 모으고 키웠다. 그가 들국화에 인생을 건 것은 야생국화의 독특한 향기, 고고하고 은은한 자태와 색에 반했기 때문이다. 결국 30년 전 국화 재배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들국화 탐사와 재배, 신품종  육종을 필생의 업으로 삼았다.

약리효과 규명에도 노력
2004년 이재경 씨가 들국화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것을 눈여겨 본 한림대의대 원무호 교수는 이 씨의 들국화를 가지고 약리 규명을 위한 실험을 했다. 치매 치료와 기억력 증진, 노화방지,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이 함유된 들국화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또 들국화 탐사여행을 하면서 한의학 서적과 민간요법 등을 통해 전해오는 들국화의 치료비법도 함께 수집해 원무호 교수에 넘겼다. 원 교수는 기능성물질의 동물실험까지 마치고 가공약재 특허를 획득했다.
들국화는 다양한 약리효과와 함께 은은한 향취를 가지고 있어 음료수, 차(茶), 요구르트, 향수, 껌에 첨가해 가공된다. 말린 들국화꽃은 베개 속으로 넣기도 하는데, 수험생의 기억력 증진과 숙면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현재 농가에서는 들국화를 재배해 80% 이상을 식용·약용 등 가공용으로 쓰고, 나머지 20%는 순수 경관용으로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들국화는 단순히 약용·음용 등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경관(景觀)용으로도 이용돼 1·2·3차 농업을 아우르는 최고의 소득작물이 될 겁니다.” 이 씨는 들국화의 성공가능성에 이처럼 단언했다.

 

300평서 7천만원 소득
이재경 씨는 5,610㎡(1,700평)의 비닐하우스에서 들국화를 키우고 있다. 이중 4,290㎡(1,300평)은 그가 수집한 들국화 품종을 재배해 새품종을 육종하는 연구포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990㎡(300평)에는 농가에 분양할 들국화를 육묘하고 있다. 그에게서 국화 실생묘종을 가져가는 농가는 주로 들국화를 이용해 가공제품을 생산한다.
300평에서 국화묘종을 재배해 일반 작물재배보다 훨씬 높은 7천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그는 또 화분이나 돌 등에 국화를 심어 꽃을 피우는 분경(盆景) 재배를 통해 연간 1천만~3천만원의 부가소득을 얻고 있다.

“분경은 산야(山野)에서 자라는 꽃을 그대로 집안에 옮겨놓아 자연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취미로 그만입니다.”
그의 작품에 매료된 에버랜드 측에서 2007년 대여(貸與)전시를 요청해 와 이제는 분경 대여전시사업이 부업이 됐다고 이 씨는 말한다.
“처음 전시할 때는 제 들국화작품이 대형 원예종 국화에 치여 관람객들에게 관심과 시선을 끌지 못할 거라 우려도 했죠. 하지만 나이 지긋한 관객들이 옛날 산과 들에서 보았던 들국화에 대한 향수를 가족들에게 설명해주는 모습들을 보며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제는 국내 식물원들이 제 분경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고 경쟁을 벌일 정도입니다.”
고가로 대여되는 분경작품에 대해 이씨는 “1년간 땀흘려 키운 농사에 작품을 만드는 정성을 더하면 오히려 약소합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이재경 씨는 남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토종 들국화를 찾아내고, 그 재배법과 육종 방법을 규명하는 불모의 분야를 개척해 오늘에 이른 것에 무한한 책임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의 곁에는 들국화에 미친 또 한명이 있다. 미대에서 전공한 30대 후계자가 부산에서 들국화를 배워보겠다며 열심히 도제(徒弟) 수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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