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쌀 수입국 필리핀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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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4.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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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이 규 성
농촌진흥청 첨단농업과장

필리핀은 우리나라보다 약 3배 이상의 벼 재배면적에 연간 2번 이상 수확할 수 있다. 게다가 벼 연구의 메카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 IRRI)가 필리핀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은 세계최대의 쌀 수입국가로 전락했다. 왜일까?
필리핀의 쌀 생산 역사를 훑어보자. 지난 1950년대 초 쌀 수확량은 10a당 120㎏으로 비록 낮았으나 인구가 적고 재배면적이 충분해 쌀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그 이후 1960년대 초까지 벼 생산성보다 인구증가가 앞섰다. 그 결과 1965년에는 국내생산량의 21%에 달하는 56만 톤의 쌀을 수입하게 됐다.

인구증가 못미치는 쌀 생산
이후 IRRI가 개발한 기적의 볍씨 IR8로 20년 동안 기존 생산량의 2배 이상을 생산하는 녹색혁명을 달성했다. 1980년대 초에 약 3년간은 쌀 수출국으로 전환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과 농업에 대한 투자와 연구 소홀로 1990년대 후반부터 점차 쌀 수입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폭동까지 일어나게 됐다.
무엇이 필리핀을 쌀 수입국으로 만들었을까? 첫째는 지난 10년간 재배면적과 생산성은 증가했으나 인구증가가 이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벼 재배면적은 지난 10년 전 384만㏊에서 현재는 약 420만㏊로 늘어났고, 생산량 역시 1천127만 톤에서 1천533만 톤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평균인구증가율이 연 2.3% 정도로 현재 약 9천만 명에 이르고 있어 식량생산 증가율이 인구증가율을 따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둘째, 다른 개발도상국과는 달리 쌀 소비량이 증가해 지난 10년 전에 연간 개인당 소비량이 97㎏에서 현재는 120㎏으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셋째, 섬나라인 필리핀은 관개수를 확보하는데 지리적으로 불리하다. 쌀 주요 수출국인 태국·베트남·캄보디아 등은 메콩강 유역의 수자원이 풍부한 반면, 필리핀의 경우 관개수의 절대부족으로 지역에 따라 건기에 벼 재배가 불가능하고 수량차도 심하다. 넷째, 비가 많이 내리는 우기에 관개수 확보를 위한 관개수로, 저수지 및 다목적 댐 등 기본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외에도 유통관련 문제점 및 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저투입 등 쌀 생산을 저해하는 다양한 요인들 때문이다.

식량무기화는 언제든 가능
필리핀 정부는 식당에서 잔밥 처리로 인한 쌀 허비 방지를 위해 간편 식품업체에 쌀 절약차원에서 밥 반 공기를 줄여서 공급할 것을 적극 권유함과 동시에 중간상인들의 쌀 사재기 금지를 지시했다. 2010년까지 쌀 자급자족을 목표로 국내 R&D투자를 2배 이상으로 늘려 증산을 위한 연구개발 정책, 초다수성 품종 육성과 다수확 재배법 개발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국제미작연구소와 연계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최근의 필리핀 등 국제상황을 놓고 볼 때 아시아인들의 주곡인 쌀은 국익을 위해 어느 때든 수출제한 조치를 통해 식량을 무기화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재해·초다수·고품질로 대비하자
필리핀의 경우 1980년대 초 쌀 수출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쌀 생산 관련 연구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 소홀이 현재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한 예를 볼 때, 우리의 주곡인 쌀에 대한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빈번한 기상재해와 농지면적의 감소 등 생산저해요인들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쌀의 안정적 공급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내재해 고품질 다수성 품종 및 재배기술을 개발함은 물론 초다수성, 가공용 품종 및 맞춤형 식품을 적극 개발해 수출전략을 짜고 있다. 이 결과는 유사시 다수성 품종 보급을 통한 주곡의 안정적 공급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관련 유관기관과 농업인단체 및 농업인들이 혼연일체가 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쌀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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