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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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된 뒤 올 1월 새끼 곰을 자연 출산해 화제가 됐던 반달가슴곰이 지난달 31일 폐사한 채 발견됐다.
<사진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영양공급 받지 못해 ‘체온 저하’ 원인
국내 반달곰개체 수 14마리로 줄어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 녹은 물이 굴속으로 쉴 새 없이 흘러들어가 좁은 굴속은 온통 물에 젖은 낙엽과 진흙투성이다. 바위굴 안에는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 품 안에는 젖먹이 새끼 한 마리도 함께 있다. 어미 곰은 바닥에서 습기와 냉기가 올라오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부지런히 마른 낙엽을 끌어 모은다. 하지만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물로 굴속이 흥건해지자 어미 곰은 결국 바위굴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지난달 21일 새끼를 입에 물고 바위굴을 나선 어미 곰은 동면 기간에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느라 몸 안의 에너지는 거의 소진된 상태. 힘겹게 150m가량을 이동해 다른 바위굴을 찾았지만 그로부터 열흘이 흐른 지난달 31일 오후 4시경 어미 곰은 새 바위굴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있던 수컷 새끼는 실종돼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결국 싸늘한 사체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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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출산한 어미 곰… 새끼 살리려다 탈진

지리산 어미 반달곰이 숨진 지 일주일 만에 새끼 곰마저 어미 곰을 따라 하늘나라로 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숨진 어미 반달가슴곰(NF-10)은 국내 고유종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 올 1월 새끼 곰을 자연 출산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지리산 해발 1100m 고지 동면굴 주변에서 영양공급부족으로 폐사한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실종됐던 새끼 곰마저 지난 6일 사체로 발견됐다.
무인카메라로 숨진 반달가슴곰 모자의 활동을 촬영한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어미 곰이 동면 기간에 출산을 했고, 동면하던 굴에 물이 고이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장소를 찾아 약 150m 이동하는 과도한 신체에너지 사용으로 탈진해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정동혁 수의사는 “폐사한 개체에 별다른 외상흔적이 없으며 지방층이 거의 없는 신체 상태를 고려할 때, 새끼양육과 과도한 활동으로 탈진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숨진 어미 곰의 몸무게는 동면 전 120㎏ 정도였지만 사채로 발견된 당시 80㎏ 이하로 줄어 있었으며 지방층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동면 중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 상태에서 새끼 곰을 낳은 어미 곰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끼에게 젖먹이는 활동이외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은 어미 반달가슴곰 사체에서 15m가량 떨어진 바위틈에서 수색견에 의해 발견된 새끼 곰 사체 역시 무게가 약 2.2㎏, 생존 당시에는 3㎏가량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눈과 항문 주위에 새가 쪼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훼손 흔적이 있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새끼 곰은 어미가 죽은 뒤 영양공급을 받지 못하고, 체온이 저하되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사망원인을 밝혔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아비 곰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채취했으며, 새끼 곰 사체는 산에 묻었다.

 

지리산에 방사되었던 어미 곰이 죽은 뒤 새끼 곰도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진은 지난 2월 어미 곰의 품에 안겨 있는 새끼 곰의 모습.
<사진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방사 곰, 관리소홀로 매년 죽어가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또 죽었다. 벌써 8마리째다. 이번에는 지난 1월 새끼 곰을 낳았던 어미 곰과 새끼 곰이 영양 부족으로 죽은 채 발견돼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방사하는 사업은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지리산에 방사됐다가 죽은 반달가슴곰은 현재까지 모두 8마리며, 1마리는 실종된 상태다.
그동안 곰은 밀렵꾼이 설치해 놓은 올무에 의해 죽거나 산을 다니다가 추락해 죽기도 했다.
또 북한에서 수입했던 어미 곰 1마리는 방사하지 않고 사육장에 있다가 지난 해 5월 다른 곰과 다툼 끝에 상처를 입고 죽었으며, 지난해 7월 2일 1마리가 산청지역에서 폐사했다.
지리산에는 현재까지 15마리(실종 1마리 포함 안 됨, 새끼 곰 미포함)가 방사됐는데, 이번에 1마리가 죽으면서 14마리로 줄어들었다.
방사 곰의 폐사원인이 관련기관의 관리소홀로 야기됐다는 탄성의 목소리도 높다. 국립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어미곰과 새끼 곰의 죽음은 복원센터의 소홀한 관찰과 전무한 보호방법 때문이라 여겨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동면한 굴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기록을 남기려 촬영에만 신경을 써 흘러드는 물을 막아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점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송희원 회장은 “반달곰을 불법 포획하거나 거래하면 최고 30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이러한 특단의 조치는 우리나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살리고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웃 중국의 예를 보면 사형에까지 처하는 벌칙에 비하면 약하기만 하다. 또한 불법으로 포획한 야생동물의 가공품이나 음식물을 먹는 사람에 대해서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을 물리는 등 처벌규정이 강화됐다. 이렇게라도 해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생물을 보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한국민의 의식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곰’은 우리 민족과 반만년 가까이 함께 해온 이 땅의 모신(母神)과 같은 존재다. 특히 ‘반달가슴곰’은 70만년 전의 지층에서 그 화석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고조선 건국 이전부터 한반도에 살던 ‘토종동물’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백두대간 전역에서 서식해온 반달가슴곰이 지금은 생존 흔적이 발견되는 것만으로도 뉴스가 될 만큼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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