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 홍
본지 편집위원
前 축협중앙회 연수원장

 

2009년 3월은 참으로 행복한 달이었다. 3월24일 WBC 준우승의 감격과 일본에 분패한 아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3월28일과 29일에 한국이 낳은 세계의 피겨 퀸(QUEEN) 김연아가 LA 현지교민을 비롯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기쁨의 눈물을 훔치게 해 주었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긍지를 마음껏 펼치게 해 주었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경기 장내를 압도하고 서구인들을 기립 박수하게 만들면서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예술성과 기량의 진수를 보여 준 김연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런 것을 살 맛 나는 세상이라고 하던가? 이러한 감동과 살 맛 나는 기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을 지향해야 되겠는가를 되새겨 보게 된다.
사람이 지향하는 삶의 모습들을 보면 그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해 말할 수 있겠지만 다음의 네 가지로 분류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어둠에서 어둠으로 향해 나가는 부류와 어둠에서 밝음을 향해 나아가는 부류, 그리고 밝음에서 어둠으로 나아가는 부류와 밝음에서 밝음으로 나아가는 부류가 그것이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 대개 그 외형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겉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보게도 된다. 어두운 질곡(桎梏)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밝은 세상을 향해 살아가는 모습은 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환경에 태어났어도 자기 앞에 운명처럼 닥치는 고통이나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밝음에서 더 밝음으로 나아가는 삶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어둠에서 밝음으로 전환해 나아가는 삶이 보다 값지고 영광스런 삶이 되는 것이 인생사다. 우리는 극복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기쁨과 자긍심을 안겨준 어리고 젊은 선수들이 이룬 영광 뒤에는 엉덩방아를 찧는 수많은 아픔과 그만두고 싶은 유혹과 좌절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두가 어렵고 각박한 지금 젊은 선수들은 ‘하면 된다’ 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기를 이기고 승리의 월계관을 거머쥐고 우리 국민들을 뿌듯하게 했고, 특히 자라나는 어린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며칠 전 일간지(2009.3.30. 조선일보)에 요즈음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무지개 원리’의 차동엽 신부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인터뷰 기사 제목이 ‘그 누구도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순 없어’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내 인생의 열쇠는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헛된 희망, 너무 많은 기대를 품게 만드는 것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을 막지 않을까요?”
신부의 답이다 “희망을 걸 게 없는 현실이라서 절망만 할 건 가요? 그러면 죽음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껍데기뿐인 희망이라도 가지라는 것입니다. 설령 그 껍데기뿐일지라도 희망의 역동성으로 그대를 일으켜 세워줄 것이라고 합니다. 전투에서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던 나폴레옹이 ‘나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 성장 과정이 그랬으니까요. 어려서는 서울 철거민촌에서 쌀배달, 연탄배달을 했어요.(이하생략)”
그렇다. 긍정의 힘과 희망의 힘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향은 그 답이 이미 우리 앞에 나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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