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 한식 세계화를 위한 방향 ①

■  전문가 기고 - 한식 세계화를 위한 방향 ①

김 상 보 교수
대전보건대학 전통조리과

 

세계의 음식문화는 크게 두 형태로 분류된다. 하나는 종교에 의한 분류이고, 다른 하나는 어떠한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가에 의한 분류이다.
종교적으로 현재의 세계문화를 크게 구분하면, 아랍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슬람 문화, 인도권의 힌두문화, 유럽이 그 중심에 있으면서 로마제국 이후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 기독교문화, 중국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유교(도교포함)문화,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무대로 하고 있는 불교문화, 그리고 신대륙(아메리카)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문화로 나뉜다.

콜럼부스 덕에 고추 먹어
짧은 지면에 보다 구체적 기술은 어렵지만 이들 종교권에는 독특한 음식에 대한 기호가 지금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기독교와 유교문화권에서는 상식되고 있는 먹을거리이지만 이슬람문화권은 돼지고기를, 힌두문화권은 쇠고기를 기피한다. 이들 문화권에서 갖고 있는 먹을 수 있는, 소위 깨끗하다고 하는 정(淨)한 식품과 먹을 수 없고 더럽다고 하는 부정(不淨)한 식품에 대한 엄격한 분류는 타 문화권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또 불교문화권이 갖고 있는, 살아있는 동물을 죽여서 먹을거리로 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하는 불살생계(不殺生戒)는 육류 섭취를 제한하거나 금하게끔 됐다. 게다가 힌두교가 갖고 있는 윤회전생(輪回轉生) 및 인과응보(因果應報)와도 연계돼 불교문화권에서의 음식문화 전개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편, 1492년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에 세계에 소개된 신대륙은 그들만이 갖고 있었던 신을 중심으로 하여 발달한 아즈텍문화와 마야문화 및 잉카문화가 펼쳐졌던 곳이다. 이곳은 옥수수·감자·고추를 고대부터 상식하고 있었다. 콜럼부스 덕분에 우리도 현재는 고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되고 있지만, 고추의 매운맛을 즐기는 경향에 있어서는 그들도 우리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쌀문화권은 ‘감칠맛’이 특징
다음은 세계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과 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으로 나누어 보자.
<그림>에 나타난 바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은 인도의 일부를 포함해 티베트·동남아시아·중국 남부(사천·운남을 포함)·한국·일본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한 그밖의 대부분 지역은 밀을 주식으로 한다. 그러나 <그림>에 나타난 이 분포도도 어디까지나 15세기의 것이고 21세기 현재, 쌀 주식 인구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는 짠맛·신맛·단맛·쓴맛의 4종류로만 맛을 느낀다. 보다 더 맛있는 맛을 추구할 때 밀문화권 사람들은 소금을 더 넣는 특징을 지닌다. 그러나 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는 짠맛·신맛·단맛·쓴맛·감칠맛의 5종류로 맛을 느끼며 보다 맛있는 맛을 추구할 때 감칠맛을 더 넣는 특징을 지닌다. 우리나라는 바로 이 감칠맛(glutamic acid) 때문에 간장·된장·젓갈·식해 등과 같은 조미료문화가 발달해 있다. 즉 감칠맛으로서 음식의 맛을 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밀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는 원래 감칠맛을 모른다. 치즈·버터 등에 함유된 짠맛과 발효취 및 포도주의 향취를 선호하고 정향이나 후춧가루 등으로 음식의 맛을 내고 있다.

한식세계화, 문화연구가 선행돼야
이상과 같이 음식에 대해 ‘맛있다’라고 느끼는 것도 무엇을 주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고, 밀을 주식으로 하든 쌀을 주식을 하든 음식문화는 다른 어떤 문화보다도 보수적이기 때문에 각 문화가 갖고 있는 음식의 선호와 금기(taboo)는 그 전통의 역사가 장구하다.
어떤 나라에 어떤 음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많이 수출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은, 그 문화권이 갖고 있는 각 나라의 저변 문화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가 선행된 다음에 나올 수 있는 일이지,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김치·젓갈·된장이 우리의 입맛에 아무리 맛이 있다 하더라도 이들 식품은 우리만이 즐기는 음식으로 한정된다. 다시 말하면 각 나라의 문화 차이에 대한 선행연구는 ‘한국음식 세계화’를 위한 첫 걸음이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심도 있는 음식 개발은 그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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