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정 금 주
본지 칼럼니스트
전 농촌생활연구소장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 반도와 인도 대륙 사이에 있는 미얀마는 루비의 최고 산지이자, 티크 원목의 보고, 풍부한 원유와 수산물 등 자원이 넉넉한 나라이며, 국민의 88%가 불교도로 불심이 살아 숨 쉬는 나라다. 우리에게는 랑군 폭파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미얀마는 국가 생산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농업의 경우 한때 세계 6위의 생산량을 자랑했지만 1960년대 이후부터 추구해온 사회주의 병폐와 전근대적인 농업방식으로 농업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최근 미얀마 정부가 서서히 문을 열면서 우리 정부에 새마을운동 방식의 농촌개발사업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 결과 국제협력단(KOICA) 지원으로 국립 한경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2009년부터 2년 동안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농촌개발 나서는 미얀마
이 사업은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50㎞에 위치한 흘레구 지역 3개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데 현재는 전기도 없고, 먹을 물도 시원치 않지만 마을회관과 학교를 짓고, 다리 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을 주민들이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같이 마을 안길을 스스로 닦고 넓히는데 힘을 모아 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따라서 한국의 농업·농촌 전문가 10여명의 기술지원으로 마을 인프라 및 영농기반 구축, 농가소득원 개발, 마을공동시설 및 생활환경개선, 마을주민 의식교육 등 그들이 요구하는 사업을 우선순위에 따라 시작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새벽종이 울렸네 새마을이 밝았네~’라는 새마을 노래가 흘레구 지역에 울려 퍼질 것이며 그들의 눈동자가 희망으로 가득 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촌여성을 중심으로 한 생활개선과제는 첫째, 그들의 손에 돈을 쥐어 줄 수 있는 여성일감갖기를 추진하려고 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감으로 빗자루 만들기, 오크라 재배하기, 피클 만들기 등이 있다. 20~30대 여성들은 마을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한국인 봉재공장에 취업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국민성은 일반적으로 부처님에게 열심히 기도하면 내세에는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잘 살게 된다는 믿음만 있을 뿐 지금은 여유롭지 못하고 젊은이들도 의욕도 활기도 없어 보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젊은 여성이 있는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독려하고 만달레이 인근 삐눌린 소재 가나안농군학교(교장 김상옥)에서 10일 정도의 정신교육을 받는다면 그들에게도 의욕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화장실 개량이다. 이들 마을의 화장실은 50년 전 우리 농촌의 모습인데 희한하게도 대나무로 만든 병아리 둥우리를 땅속에 뒤집어 묻어 변기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1~2년 후 변이 차면 나뭇잎으로 엮어 만든 화장실 건물을 옆으로 이동하고 전에 쓰던 분뇨 통은 흙으로 덮으면 끝이다. 그 오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작두펌프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은 먹을 수가 없어 빗물을 모아둔 마을 어귀의 연못물을 식수로 쓰고 있다. 이 지역에 정화조가 있는 화장실 100개를 만들 계획이다.
셋째, 간이 샤워장과 공동 빨래터 설치이다. 론지를 입은 젊은 엄마가 우물가에서 바가지로 물을 쫙 끼얹으면서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해외서도 꽃피우는 생활개선사업
넷째 식생활을 개선하는 일이다. 잘 지은 밥을 땅콩기름에 볶아 소금으로 간을 해 먹는 것이 농촌의 식생활 형태다. 이들의 식생활 전통을 살리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도록 해야겠다. 다행히 양곤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한 젊은이가 우리말을 미얀마어로 번역해 주고, 농촌지도소 직원 중 몇 명은 영어를 하기 때문에 마을 주민과 접촉 기회는 열려있다.
80년대 우리가 일본, 대만, 독일의 농촌 마을을 견학했듯이 흘레구 생활개선회원들도 한국의 농촌마을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얀마 농촌에 우리의 생활개선사업이 접목되어 부겐베리아 처럼 예쁜 꽃이 활짝 피어나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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