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기지역 양돈농가에 확산세 심각

축산농가들, 무관세 수입물량 늘까 우려

가축전염병 망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최근 수도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연이어 발생하며 방역당국과 농가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ASF 발생은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가 처음. 그해 파주와 연천, 김포, 강화 등 4개 시군의 사육돼지에서 총 14건의 ASF가 발생해 사육 중이던 돼지 수십만 마리를 살처분하며 전국의 양돈농가를 ASF 공포로 몰아넣었었다. 이후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꾸준히 확인되며 현재는 강원도와 충북, 경북지역까지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2019년 이후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이 잠잠하다가 올해 다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강원도 홍천, 8월 양구, 9월 춘천 등지의 양돈농가에서 ASF가 발생하더니 28일 경기도 김포와 파주에서도 ASF가 추가 발생하는 등 수도권으로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ASF가 봄·가을 발생이 잦은 것은 야생멧돼지와 영농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 정부가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ASF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10월까지는 가을철 차단방역에 집중하고, 겨울철에는 내년 봄에 대비해 사전방역을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던 터라 최근 잇따른 ASF에 당혹스러운 처지다.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년 6월1일 기준으로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는 1117만 마리로, 정부는 최근 ASF가 발생한 양돈농장의 사육 마릿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최근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며 서민경제에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는 지난 7월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으로 쇠고기 10만 톤, 돼지고기 5만 톤, 분유류 1만 톤을 무관세 수입하고, 돼지고기 삼겹살은 2만 톤을 추가 증량해 연말까지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내 축산농가들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빌미로 축산농가의 생존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의 행태를 비난했다. 축산농가 등 농업계는 축산물 생산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사룟값이 크게 올라 축산농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축산농가 지원은커녕 수입축산물을 지원하고 장려한다며 규탄하고 있다. 우려할 점은 최근 ASF 확산세가 계속 이어져 살처분에 따른 돼지고기 수급 불안정으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량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기나긴 코로나19 방역관리에 온통 신경이 가 있는 사이에 농업계는 끝나지 않는 치명적인 가축전염병과 작물 병해충과의 싸움도 이어오고 있다. 특히 ASF나 과수화상병 등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치료약이 개발돼 있지 않아 농가들의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그간 정부와 제약업계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공을 들여 마침내 최근 국내산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더 늦기 전에 비록 사람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국민 먹거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작목들에 발생하는 주요 병해충과 전염병 치료제 개발에 우리나라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수입으로 인한 많은 국가예산 투입과 국민건강의 위협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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