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화훼과 정재아 연구사

국내최초 흰녹병 저항성 백색국화로 경쟁력 커
병저항성 검정기술, 선발마커 이용기술도 확보

▲ 정재아 연구사

생산비 절감 효과 큰 ‘백강’
“화훼는 세계 각국이 무한경쟁하고 있는 품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 여건의 악화나 현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요. ‘백강’ 국화 품종은 생산비 절감 효과 등이 알려지면서 선호도와 신뢰가 구축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훼시장은 전 세계이므로 국산 국화 품종의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절대적인 과제이기도 합니다. 자유무역시대에 따른 국가 간 검역협정이나 품종지식재산권 보호방안 확보는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내수시장에서 탄탄한 산업기반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 연구자, 생산자와 소비자 등의 합심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 정재아 연구사(48)는 화훼시장 변화에 대응한 독자적 국화 품종 개발과 기술력 확보로 내수시장 활성화에 노력해온 국화 연구자다.

농가·소비자·상인 만족도 높아
정재아 연구사는 그동안 다양한 형질의 국화 32품종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백강’ 등 스탠다드계통 3품종, 그리고 ‘피치팡팡’ 등 스프레이계통 29품종 등이다. 흰녹병 저항성 백색 스탠다드 국화인 ‘백강’ 등의 기술이전과 통상실시만 해도 55건에 달한다.
또한 ‘화훼작물의 곰팡이 병해 저항성 유전 및 품종개발 연구’ 등 논문과 학술성과 7건을 비롯해 ‘농업기술길잡이-국화’, ‘국화육성품종’, ‘백마 국화 중국재배기술’ 등의 책자를 발간하는 등 다양한 홍보와 기술 개발, 현장 소개 등을 이어오고 있다.

국화는 장미, 나리와 더불어 세계 3대 절화 중 하나로, 우리나라 화훼류 재배면적과 생산액의 10%를 차지하는 중요한 작물이다. 하지만 국내 국화 생산기반은 농업인구 고령화와 고유가, 절화 국화의 수입 급증 등 국내 생산여건, 환경의 악화로 재배농가의 소득이 감소해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조량 부족, 폭염 등 이상기상에 따른 개화 지연, 착색 불량 등의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장례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백색 대형 국화는 우리나라 국화 소비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2015년 육성한 백색 대형 국화 ‘백강’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흰녹병 저항성 품종이지요. 여기에 국내 소비시장에서 선호하는 둥근 모양이에요. 또 꽃잎이 단단하고 잘 빠지지 않아 수송성이 좋고, 절화 수명은 3~4주로 일반 국화(2주)보다 깁니다.”
주로 수입에 의존하던 백색 대형 국화는 정 연구사와 동료들이 개발한 ‘백강’의 등장으로 국산 국화의 점유율을 높여나갔다.

“백강은 국화재배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인 흰녹병에 강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에 따라 기존 농약 방제에 비해 약제 사용량을 30% 정도 줄일 수 있어서 10a당 63만6천 원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백강’은 2018년부터 농가에 본격 보급되기 시작해 2019년 5만 본, 2020년 48만 본, 2021년에는 134만 본을 보급했으며, 올해는 300만 본(㏊) 이상이 생산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대형 국화시장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품종 ‘신마’와 ‘백선’을 ‘백강’이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입 대체로 로열티 절감효과도...
정재아 연구사와 동료들은 국화 흰녹병 저항성 품종 개발 과정에서 종묘 안정생산을 위한 병저항성 검정기술, 선발마커 이용기술도 확보했다.
“백강을 개발한 이후에는 냉장기술, 최적생육 환경관리 등 재배기술을 체계화함으로써 육성 품종의 우수성을 생산농가, 유통 관계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 밝은 황색 ‘금빛누리’와 다양한 꽃색과 모양, 크기의 스프레이 국화 ‘피치팡팡’ 등 차별화된 개발품종들도 농가와 소비자에 인정받으면서 내수시장에서 자리매김 중이지요.”

흰녹병은 국화 재배 시 피해가 가장 심한 병해 중 하나이며, 국제 검역병으로 분류돼 있어 수출 제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흰녹병에 강한 ‘백강’ 재배(50% 보급기준)가 확대로 재배과정에서의 농약방제 노력 절감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연간 37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양한 시장 맞춤형 국화품종 개발을 통해 품종보호권 확보하고 있는데, 특히 ‘백강’은 2021년 일본과 베트남에 품종출원을 완료해 우수품종의 해외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더불어 재배농가와 중도매인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요. 

국산 국화 품종의 보급률은 개발된 품종의 기술이전, 사업화를 통해 2006년 0.9%에서 2021년 33.9%까지 향상됐습니다. 로열티 지급액도 2007년 11억4천만 원에서 2021년에는 5억 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활발하게 국내보급이 이뤄지고 있는 ‘백강’은 기존 외래 품종을 대체함으로써 급증하는 수입 국화와의 차별화를 통해 국화 생산기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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