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난개발이 키운 농촌마을 수해현장(경기 양평)

지난 8월8일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양평지역은 최악의 수해를 입었다. 양평읍의 경우 무려 514mm의 폭우로 수많은 농경지가 침수되고 도로가 유실됐으며, 각종 시설물이 손상됐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주민 1명 실족사했고, 산사태로 주민이 다치기도 했다. 피해가 워낙 컸던 터라 양평군은 정부로부터 특별재난 우선지역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보다 많은 주민들이 마구잡이 개발을 일삼는 개발업체가 이번 수해의 주원인이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 전원주택을 짓기 위한 업체의 난개발로 피해가 더 컸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전국 최고 전원주택지로 각광받으며 곳곳이 난개발
피해주민들 “지자체가 개발업체 편의만 봐주고 주민은 외면”

산지 대부분 양평, 난개발에 몸살
양평군 강상면 해뜨는 마을은 제2의 인생을 그리며 정착한 주민들이 대부분인 신생부락이다. 하지만 지난 8월 폭우로 많은 주민들이 집 곳곳이 파손되고, 애써 가꾼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큰 피해를 겪었다.

전체 양평지역 중 약 73%가 산지다. 배산임수를 대대로 명당으로 인정하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데 강상면은 남한강과 인접하면서 산을 배후로 둔 곳이 많아 전원주택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거기다 양평역을 비롯해 접근성이 좋아 많은 개발업체들이 너도나도 분양에 뛰어들며 서울주민을 타깃으로 한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폭우도 폭우지만 마을 윗자락에서 진행되는 전원주택 공사에서 원인을 찾았다. 마구잡이로 산을 헤집어 놓은 업체가 더 큰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지난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남광환씨는 “비가 이례적으로 많이 와 계곡에 물이 불어나며 토사가 마을로 떠내려와 피해를 봤는데 업체가 배수로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물길도 바꿔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주민들이 받았다”고 지적했다. 개발 이전에는 비가 많이 와도 땅 곳곳으로 스며들고 자연스럽게 흘러갔었다. 몇 년간 공사가 계속되며 산 여기저기를 절개하고 나무들도 땅에 깊이 박혀있지 못하면서 토사가 그대로 집까지 덮치고 말았다.

남 씨는 “지난해 4차례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적합한 개발이라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 게 두고두고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주민들이 비대위를 구성해 업체와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협의안으로 도출된 게 우수관로를 두 배 이상 넓히고, 진입 도로폭도 확장하기로 했다. 올해 봄까지 모든 공사를 마치기로 한 업체는 약속과 달리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이번에 사단이 난 것이다.

공무원 행태에 더 분통
복구에 미온적인 지자체를 지적하는 주민도 있다. 부인과 애써 키운 텃밭이 떠내려가고, 농막으로 쓰고 있는 컨테이너 하단 부분도 유실되는 등의 피해를 입은 이양재씨는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이곳에 터를 잡고 부부가 틈날 때마다 농사를 지었다. 그게 돈으로는 얼마 안 된다고 해도 우리 부부가 정성으로 가꾼 것들이라 애착이 컸다”면서 “더 화가 나는 건 폭우로 한순간에 다 떠내려가 버렸는데 피해 조사차 온 면사무소 직원은 보상은 해줄 도리가 없다는 말만 남기고 그냥 가버려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슴앓이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공무원의 행태는 전형적인 보신주의라는 게 이 씨의 말이다. 그에 말에 따르면 면사무소에서는 겨우 한번 조사를 나오는 것에 그쳤다.

이 씨는 “대통령도 피해주민을 세밀하게 보살피라고 특별지시까지 했는데 일선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고 말했다. 거기다 잦은 인사이동이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져업체가 개발과정에서 설령 법을 위반한다 해도 이를 적발하기 힘들 것이라고 이 씨는 덧붙였다.

▲ 노부부가 애써 키운 농작물은 지난 폭우로 모두 떠내려갔지만 면사무소 직원은 지원은 고사하고 외면했다고 토로했다.

​산지가 대부분인 지역특성 감안해 별도의 안전망 필요성 커

인구 늘리려고 전원주택 개발 집중
양평군은 꾸준하게 사람이 유입되는 경기도 다른 지역과 달리 인구가 11여만 명에서 정체되고 있다. 전체면적 모두가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있고, 상수원보호와 군사시설보호 등의 이유로 중첩규제를 받아 산업발달에 큰 제약이 있어왔다. 그래서 대안으로 인구를 늘리기 위해 꾸준하게 산지를 개발하며 전원주택 개발이 집중됐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인구를 늘릴 수 있단 이유에서다. 반면 기존주민 삶의 질은 외면한 채 군청이 허가를 무분별하게 내주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양평군의 전체 개발행위허가 9475건 중 40%에 가까운 3757건이 임야인 토지에서 이뤄진 주택개발이었다. 그만큼 경기도 내에서 산지에 소규모의 주택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이 양평이란 뜻이다. 양평처럼 전원주택지로 각광받는 지역은 농촌 그대로의 경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무분별한 난개발의 부작용으로 비탈면을 무리하게 깎아내거나 절개하면서 산지훼손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경기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지역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주택 건축으로 산지 훼손이 심각하고, 산지전용허가 중 44%가 소규모 주택개발이라고 분석했다. 대책으로 도로폭과 경사도, 옹벽과 비탈면 수직높이 등 기준을 강화하고, 산지전용허가 기준도 보다 엄격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산지와 구릉지 이용·관리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산지에 허용용도와 건축밀도를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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