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농촌진흥청 개청 60주년...미래비전과 혁신방안

농촌진흥청은 개청 60주년을 맞아 과거 60년을 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미래비전 및 혁신방안’을 선포했다. ‘과학기술로 만드는 활기찬 농업․농촌, 더 나은 미래’를 비전 슬로건으로 내세운 농촌진흥청은 미래비전 선포의 시대적․외부적 배경을 비롯해 4대 추진전략과 10대 추진과제를 내놨다. 농진청은 특히, 미래비전 선포에 대해 과학기술 혁신으로 ‘농업은 스마트하게’ ‘농촌은 매력 있게’ ‘국민은 행복하게’를 목표로, 농업이 미래성장의 동력이 되고, 국민행복의 씨앗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청 60주년 기념식에서 김상남 국립농업과학원장이 발표한 ‘농촌진흥청 미래비전 및 혁신방안’과 명사 강연에 나서 후배들에게 한국농업의 미래 메시지를 전해 큰 울림을 준 한경대 민승규 석좌교수(제23대 농촌진흥청장)의 강연내용을 정리했다.

 

◇ 농촌진흥청 미래비전 및 혁신방안

  - 4대 추진전략 -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
지속가능한 미래농업 실현
풍요롭고 활력 넘치는 농촌 구현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 삶 실현

 

▲ 농촌진흥청 개청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김상남 국립농업과학원장이 농진청 미래비전과 혁신 방안을 담은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농진청 변화 요구 목소리 커
지금 세계는 디지털·바이오 경제로의 전환, 식량안보, 기후위기,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와 지속가능한 미래농업 실현, 풍요롭고 활력 넘치는 농촌을 구현해내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변화는 외부에서도 많이 요구하고 있다. 정책지원과 민간산업 부분의 육성 협력, 현장 수요자 중심의 R&D와 기술보급 요구, 빅블러(경계의 소멸) 시대에 걸맞은 유연한 조직 운영체계 혁신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반영해 ‘과학기술로 만드는 활기찬 농업 농촌, 더 나은 미래’라는 새로운 미래비전을 설정했다. 새로운 미래는 과학기술 미래시대를 여는 열쇠, 농업·농촌의 바람직한 미래상, 국민 모두가 행복한 지향점을 의미한다. 

4대 추진전략과 10대 추진과제
미래비전 달성을 위해 4대 추진전략과 10대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과 기술보급, 그리고 조직운영체계의 혁신방안도 수립했다. 

첫째,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다.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로봇, 드론, 농식품 밸류체인의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농업을 선도해 나가겠다. 
그린바이오 기술의 융복합을 위해 국가관리 체계를 강화해 민간활용을 촉진하고, 디지털 육종, 고부가 종자 개발, 농식품 자원을 활용한 그린백신, 환자 맞춤형 메디푸드와 같은 기능성 바이오소재 개발도 강화해 나가겠다.

둘째, ‘지속가능한 미래농업 실현’이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밀, 콩 등의 자급률을 높이고, 농산물의 품질경쟁력을 키우겠다. 또한 축산 등의 시설 자동화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농업분야 탄소중립 실현의 방안으로 2025년 발사될 농림위성을 활용해 전국적인 농업기후 예측과 기상재해 조기경보 체계도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그린라이스 개발 등 현장 적용이 가능한 저탄소 농업기술의 개발·보급을 확대하겠다. 
한국농업의 글로벌화에도 앞장서겠다. 코피아와 대륙간 협의체를 확대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세계 식량위기 극복에도 기여해나가겠다.

셋째, 풍요롭고 활력이 넘치는 농촌을 구현하겠다. 지역 맞춤형 특화작목 육성을 위해 지역이 주도해나가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의 연구기반 강화에도 집중하겠다. 농촌공간 재생도 중요하다. 농촌공간 재생을 위한 데이터 구축과 진단기준을 디지털 기반의 농촌 공간관리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다.
우리농업의 희망인 청년농업인 육성에도 힘쓰겠다. 청년농업인 성장 단계별 맞춤형 교육, 창업 전주기 지원과 맞춤형 정보제공을 위한 플랫폼 활성화를 이루겠다.

넷째,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의 삶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 지친 국민이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치유농업 연구를 강화하고, 사회복지서비스와 민간보험이 연계된 산업화도 촉진하겠다. 농촌 무형문화자원의 디지털화로 농업의 가치를 높이고, 체험 등을 통한 산업적 활용도 늘려나갈 것이다.

연구개발 보급체계 혁신
이밖에 농진청의 미래비전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과 보급체계를 혁신하고 조직과 인력운영방안도 체계적으로 개선하겠다. 연구분야는 개방형·협력형 체계로 구축하고, 초격차 전략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첨단기술 연구와 연구자간 협업프로젝트를 활성화하겠다.


기술보급은 개방형·협력형 체계로 보급기간을 단축하고, 공공과 민간, 대학이 연계하는 기술보급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 유연한 조직인력의 운용과 목표지향적 성과관리체계 구축, 인력 채용 혁신, 전문역량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

농업과학기술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한 지난 과거처럼 다가오는 미래에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위기에 맞서겠다. 농업은 스마트하게, 농촌은 매력 있게, 국민은 행복하게 만드는데 농촌진흥청이 앞장서겠다.
농업이 미래성장의 동력이 되고 국민행복의 씨앗이 될 수 있도록 농촌진흥청 전 직원은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

 

◇ 화제의 명사 강연(한경대 민승규 석좌교수/전 농촌진흥청장) 

“연구와 분석에 상상력 더해져야 경쟁력 갖는다”

이젠 경계가 사라지는 AI 빅데이터 시대
농진청이 농업·농촌 메타버스 기술 선도해야
100년 경쟁력 위해 창조적 플레이어 돼야

농진청, 미래농업 고민할 때
농촌진흥청은 지금부터 2030년 아니 미래 100년의 한국농업의 모습을 고민해야할 때다. 인디언들은 들판을 달리다가 말에서 내려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영혼이 잘 뒤따라오는지 보기 위해서란다. 
농진청 개청 60주년의 의미를 이렇게 묻고 싶다. “농진청은 어디를 향해 달려왔는가? 경쟁력은 무엇인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가?”라고. 

앨런 머스크는 불과 5~6년 전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될 것이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구도 쉽게 공감하지 못했지만,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 자율주행차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고 그 이상의 기술들이 나오면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상황이 됐다.
경계가 사라진다

앞으로 여러 분야별 경계가 사라진다. ‘빅뷸러’(Big Blur)란 단어가 있는데, 희미해진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카카오를 통해 대리운전 택시를 부르고, ‘배달의 민족’을 통해서 음식을 시켜먹는 일이다. 그렇다면 ‘배달의 민족’ 앱이 요식업일까? 카카오앱이 운수업일까? 요식업도 운수업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경계를 관여하지 않고 택시도 타고, 음식도 시켜서 먹는다.

몇 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가 열렸다. 여기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이 바로 식물성 고기다. 소위 말하는 ‘임파서블 버거’라고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우농가의 최대 경쟁상대는 미국산 소고기, 호주산 소고기였다. 그리고 동종업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식물성 고기는 축산물이 아니다. 그렇지만 축산농가는 결국 식물성 고기업자와 경쟁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각하지 못한 다른 분야의 상대가 우리의 경쟁상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는 새롭게 세 가지를 추가했다. 첫째 대체불가능토큰, 둘째 우주항공기술, 셋째 푸드테크놀로지(생산·가공·보관·운반기술 등)가 채택됐다. 이는 앞으로 농업의 경쟁력이 지금까지의 것과는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위에 도전하라
경계의 벽을 넘어서려면 기존의 권위에 대한 도전의식이 중요하다. 빌 게이츠는 “은행의 시대는 가고 뱅킹(Banking)만 남을 것이다”라고 했다. 지금 벌써 은행에 가는 사람 많지 않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이 다 뱅킹업무다. 뱅킹은 특별한 서비스 절차 같은 것들이 없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기술만 있다.

같은 맥락으로 진단하면 푸드테크 기업들이 기존의 전통적인 대기업의 식품기업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는 권위가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앞서가 보겠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단어만 보고서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가상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메타버스를 ‘Another Real’(또 다른 세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우리는 메타버스의 세계에 발을 담근 것이다.

농촌진흥청 연구자들도 빨리 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세계를 농업·농촌 기술에서 선도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예로 들어보겠다. 이제는 이상한 나라의 메타버스라고 얘기하겠다. 토끼가 동굴에 빠져 이상한 세상을 만나는데, 메타버스에서는 실제로 우리 삶에 직결된 수 있는 세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의 기술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를 어머니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만나는 스토리가 세계를 울린 적이 있다. 바로 ‘너를 만났다’는 프로그램인데, 한국의 이 기술을 소개하던 NBC방송 앵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전 세계인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우리의 삶을 여러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현실의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이렇듯 상상이 모두 실현되는 ‘또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이다.

가상인간이 나타났다
요즘에는 또 가상인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라이프 광고모델 ‘로지’ 이야기다. 노래, 춤, 미소 등 어느 하나도 서툰 것 없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한 로지는 지난해 사이더스 스튜디오가 만든 가상인간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로지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여행, 요가, 패션 등을 올리며 엄청난 인플루언서로서 활동도 하고 있다. 
가상의 세계는 현실과도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많은 부분에서 응용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진청도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농장을 만들면 어떨까. 가상공간에서는 얼마든지 새로운 농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가상의 세계에서 농산물 판매점 등을 연계한다면 어떨까. 
샤넬이 가상의 공간에서 매장을 만들었다. 그 결과 샤넬은 매장의 매출이 20% 이상 뛰었다. 현실과 가상이 함께 연계가 된다는 사례다.
각종 농업·농민 교육도 가상공간에서 가능하다. 축사 등 현장의 어려움을 가상공간에서는 얼마든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농진청이 적극적으로 도입할 사안이다. 

창조적 플레이어가 되자
앞으로 한국농업이 파수꾼으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경쟁력을 찾는 개척자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농진청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각 나라가 스타트업 육성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핵심은 상상력 싸움이다. 누가 더 엉뚱한 생각을 하느냐, 기발한 상상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 농업도 상상력 싸움이다. 그래서 농진청은 엉뚱한 상상을 하는 몽상가를 키워야 한다.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상상력이 함께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끝으로 농진청이 100년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창조적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창조적 플레이어는 상대방이든, 경쟁자든, 고객이든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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