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가 뱁새, 솔새, 개개비, 딱새 등 작은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키우는 ‘탁란조(托卵鳥)’란 사실을 알면서 뻐꾸기에 대한 정서가 달라진다. 뻐꾸기가 뱁새를 대리모로 삼아 탁란하는 것은 공생을 위한 자연의 섭리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뻐꾸기 알은 뱁새보다 부화가 빨라 뻐꾸기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뱁새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이른바 대리모의 먹이를 독차지한다. 

이처럼 뻐꾸기의 뻔뻔함과 이중성은 정치판에서 상대방을 공격할 때 자주 등장한다. 춘추전국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탄생의 비밀’이 뻐꾸기를 닮아 흥미롭다. 진(秦), 초(楚), 조(趙) 등 7개 나라가 세력다툼을 하던 시절, 진의 소양왕과 조의 혜문왕은 양국의 우호를 다지기 위해 인질을 교환했다. 이때 진의 소양왕이 조나라에 인질을 보낸 사람이 손자 이인(異人)이었다. 당시 여불위(呂不韋)란 거상(巨商)이 진나라 왕손 이인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한다. 여불위는 조희(趙姬)라는 애첩에게 자신의 아이를 임신시킨 후 이인에게 바치게 된다. 조희가 12개월 만에 낳은 아이가 바로 훗날 천하를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이 된다. 여불위가 자신의 핏줄을 왕위에 오르게 하고 자신은 승상이 되지만 왕비 조희의 방탕한 생활로 죽임을 당하고 여불위도 결국 자살을 하게 된다.

최근 정치판에 ‘뻐꾸기론’이 등장하고 정당 내부총질로 서로를 탁란조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인이 서로 둥지 뺏기에 혈안이 되고 있으니 여불위의 정치적 운명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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