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농업인 건강 상태와 통계는…

■ 창간 16주년 특집 - 건강한 농촌여성이 건강한 농업·농촌 만든다
    ① 여성농업인 건강, 사후약방문보다 예방이 우선
 

장시간 반복된 불편한 농작업으로 인해
여성농업인 5.2%가 근골격계 질환 앓아...
정부차원의 질병 예방․치료 지원 확대돼야

농작업 관련 질병은 여성에 더 빈발
농촌진흥청이 농업인의 농업활동으로 인한 업무상 재해현황을 파악하고 예방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2년마다 실시하는 ‘2020년 농업인 업무상 질병 조사’(2019년 한 해 동안 농업인이 경험한 농작업 관련 질병)에 의하면, 조사대상(1만여 농가)의 5%가 농작업과 관련한 질병으로 하루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증감이 있지만 최근 10년간 통계를 보면 대략 5% 정도의 농업인들이 업무상 질병으로 하루 이상 일손을 놓고 있다는 조사결과다.

업무상 질병 유병률을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이 5.8%, 남성 4.3%로 조사돼 농작업 관련 질병이 여성농업인에게서 더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유병률은 50세 미만이 1.4%, 50대 2.7%, 60대 4.9%, 70세 이상 7.1%로 나타나 연령이 증가할수록 농작업 관련 질병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반복된 농작업에 따른 신체적 부담이 세월이 흐를수록 누적돼 질병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통계청의 ‘202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를 보면, 매년 농가인구의 감소세에서도 전체 농가 중 여성의 비율은 과반수가 넘는 51.4%로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 가운데 70세 이상 여성경영주 비율은 전체 여성경영주의 59.1%를 차지하는 등 여성경영주 10명 중 6명이 70세 이상의 고령농인 것이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이다. 

농업 종사기간별로 살펴보면, 5년 미만의 농업인은 2.3%, 5~10년 미만은 3.2%, 10년 이상 농업인의 경우엔 5.5%로 나타나 농업 종사기간이 길수록 농작업 관련 질병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이다. 거의 평생을 반복된 농작업으로 인해 훈장처럼 몸 한두 곳에 골병을 달고 사는 게 여성농업인인 것이다. 

▲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종류별 분포(중복응답)

근골격계 질환이 단연 1위...
여성농업인이 남성보다 많아

소득별로도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유병률이 달라 연간 총소득이 300만~500만 원인 빈농의 유병률이 7.4%로 가장 높고, 총소득 중 직접 농사지어 얻는 농업소득 비중이 26~50%인 농업인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은 5.3%로 나타났다. 농기계 사용여부에 따른 업무상 유병률은 농기계를 사용하는 농업인은 4.8%,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농업인은 5.2%로 나타났다.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분포는 근골격계 질환이 84.6%, 순환기계 질환 3.0%, 피부질환 2.9%, 신경계질환 2.1%로 근골격계 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성농업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업무상 질병은 근골격계 질환(목·상지부위, 하지부위, 허리 등), 피부질환(대상포진, 봉와직염, 옴, 습진 등), 내분비계질환(당뇨, 갑상선 질환, 고지혈증 등), 눈질환(백내장, 녹내장 등)으로 조사됐다. 

질병 종류별 유병률을 보면,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이 4.4%로 전체 질병 중 가장 높았다. 그중 여성이 5.2%로 남성(3.7%)보다 높아 여성농업인의 근골격계 질환이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농업인에게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상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은 장시간 근무(28.7%), 반복적인 동작(25.5%),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자세(17.7%) 등 인력의존도가 높은 밭농사에서 여성의 노동부담이 남성보다 더 크고, 대부분 편이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이 그 이유다. 근골격계 질환의 주요 신체부위는 허리가 47.3%, 무릎 27.3%, 어깨 6.9% 등의 순이었는데, 이들 주요 부위의 근골격계 질병 유병률은 여성농업인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아파도 치료시설 태부족하고 
치료실 있어도 차 이용해야...

이처럼 여성농업인들은 좋지 않은 건강상태임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농촌지역 내에 물리치료, 열치료, 마사지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마을 치료실이 없는 경우가 64.8%나 됐다. 그나마 마을 치료실이 있어도 걸어서 갈 거리에 있는 경우는 7.3%에 불과하고, 차를 타고 가야 할 거리에 위치한 치료실은 27.9%였다.

정부가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질환 예방과 건강복지 증진 차원에서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에 근거해 올해 시범 시행하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의 항목으로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위험도, 폐활량, 농약중독 등 5개 영역으로 선정한 이유도 이러한 여성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실태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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