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84)

"바위가 깨지길 바라지 않고
바위의 태도가 바뀌길 바란다. 
달걀도 바위도 살길 바랄뿐..."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거듭 주시는 거지요?”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게지”
“네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으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이 될 테니, 네 몸이 불타오르지 않으면, 결코 밝힐 수 없는 일을 밝혀서 바로 잡으라는 게지”

“저는 싸우고, 투쟁하고, 얼굴 붉히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사회가 건강하고, 정의롭게 되기를 바라지만, 내가 나서서 내 몸 부서져가며 투쟁하는 일은 싫어요.”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자유, 네가 누리고 있는 풍요는 그 전에 그 누군가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뤄 놓은 길이란다.”

“이제 너도 그 빚을 갚아야 할 날이 온 거다”
요즘 나는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하고, 나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유기농 농부가 경작지에 농약이 나왔다고 일방적으로 인증 취소를 당했다. 법조항에도 있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비산 등)에는 상황을 고려해 인증취소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산을 인정치 않는다며 인증을 취소했다.

비산을 증명하는 서류들도 모두 첨부했고, 정황상 모든 것이 농부가 하는 말이 맞음에도 그들은 끝까지 법대로 하라며 우기고 있다. 농약이 검출됐다고 통보받고, 내 밭의 시료를 채취해 타기관 분석실에 보낸 것도 농약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사실 앞에서 더더욱 농부는 억울하고 기가 막힐 뿐이다. 내 나라,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는데, 아직도 이런 부분이 있구나...

요즘 나의 일상 전체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서 이번 호에는 명랑한 글을 올리려고 했으나, 도무지 명랑해지지 않는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직 인증취소건을 풀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 중이나 철옹성을 쌓은 인증기관과 농관원의 태도에 절망감이 밀려온다.

이런 큰 바위와 마주한 달걀은 지레 포기하게 되겠지? ‘달걀이 바위를 깨거나, 변하게 할 묘수가 있을까?’ 하고 주변에 지혜를 구해본다.
위트 있는 지인이 말했다. “달걀이 얼어서 바위틈에 들어가는 거야. 달걀이 녹으면서 깨지면서 바위틈에 흘려보내는 거야~ 그러면 바위가 서서히 갈라지게 될 거야~~~”
“그럼, 달걀이 먼저 깨지잖아~”

나는 장렬히 전사한 달걀은 되고 싶지 않다. 바위가 깨지기를 바라지도 않고, 바위의 태도가 바뀌기를 바란다. 달걀도 살고, 바위도 살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소비자에게도 이롭고, 농민도 농사만 열심히 지으면 되고, 기관들이 도와주는 관계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인증기관이 농부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처신해주기를 바란다. 갑이 돼 권력을 휘둘러서 농민을 죽이는 일에 앞장서지 않기를 바란다. 상황 판단을 잘못했으면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농관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공정하게 심사해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 

인디언 추장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하기 때문이란다. 나도 인디언 추장처럼 간절히 기도한다.
“하느님, 다 알고 계시고, 다 보고 계시지요? 단비를 내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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