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화식열전(貨殖列傳>에 “큰 부자는 하늘로부터 나오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에서 나온다”라는 대목이 있다. 기원전 춘추시대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하나도 변함없는 부자 재테크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근검절약이 소중한 가치지만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업의 귀재’라 불렸던 범려와 그의 스승 계연이 월나라 왕 구천에게 나라와 백성이 부유해지는 방법을 제시했다. 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천지자연의 변화와 조화, 세상사와 인간사의 이치를 두루 헤아려 재물을 운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여기서 천지자연의 변화를 헤아림은 “가뭄이 들 조짐이 있는 해는 미리 배를 준비해 두고, 수해가 발생할 조짐이 있는 해는 수레를 준비해 둔다”는 것인데, 이것이 사물의 이치라 했다. 

양곡 가격이 안정되려면 무엇보다도 양곡이 안정적으로 생산돼야 함은 물론 재고가 쌓이지 않게 적절한 유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양곡의 매입과 방출 등 수급조절을 잘 해야한다. 

최근 2021년산 벼 재고가 창고마다 가득하고 산지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수확기를 앞둔 올해산 쌀값도 폭락할 것을 우려해 농업인단체는 강력한 정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풍년이 두렵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풍성하고 넉넉한 한가위가 돼야 할 농촌에 쌀값 민심이 흉흉하다. 화식열전이 말하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미래를 예측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정부의 치밀한 농정시책이 자못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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