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현장목소리 – 충북 괴산 원종분씨

올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시행하는 지역은 도에서 일부 지역만 선정돼 운영되고 있다. 충북 괴산은 선정되지 못했지만 농지면적은 2억만 평 이상의 농업군이다. 괴산농업을 이끌어가는 농촌여성들은 궂은 농사일로 체력이 떨어지는 반면 코로나19로 인력구하기도 어려워 병원을 방문할 겨를도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 원종분 회장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약통째 구비하고 무릎·어깨 등이 아플 때마다 먹는다.

괴산군에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요청
농사짓는 지역 어디나 힘든 건 매한가지

불편한 자세 내몰리는 여성들
원종분 한국생활개선괴산군연합회장은 3만3060㎡(1만평) 밭에 흰콩, 서리태, 옥수수, 복숭아를 농사짓는다. 벌레 먹은 콩을 선별하다 보면 힘들어서 서리태 농사는 대폭 줄였다. 옥수수는 모종을 쪼그리고 앉아 심다보니 마땅한 농기구도 없다고.

“여성이 감당할 만큼만 농사 지으면 되는데, 어디 생각처럼 쉽나요. 매해 이것저것 심다보면 일이 많아지고 팔·다리·허리 안 아픈 곳이 없어요.”

구부리고 농사일하는 자세도 여성농업인을 병들게 한다.

“밭에서 오리걸음으로 쪼그려 앉아 일하죠. 작물에 따라 엎드린 자세로 일하면 평생 엎드리고 농사 지어야 해요.”

괴산농촌여성의 염원 담아
원종분 회장은 이차영 전 괴산군수를 대면한 자리에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괴산에도 시행되도록 적극 제안했다고 한다.

“작년 10월이었는데 전남·전북, 제주 지역의 병원 5곳을 메모하고 군수실에 들어갔어요. 그곳은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물망에 올라 시행 예정인 병원이라고 들었어요. 군수님에게 괴산에도 필요한 정책이라고, 시행해보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군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 적고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 했지만 지난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임기를 마쳤다. 여성농업인이 직접 파고들어 정보를 알아본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에 대한 염원은 안타깝게도 공염불이 됐다.

아파도 처방약이 최선
코로나19로 농번기 인력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노동은 더 힘들어졌다. 복숭아 봉지싸기를 할 때는 일꾼을 아예 못 구할 지경이라고 했다.

“한두 명 인력을 얻을 바에 그냥 내가 좀 더 일하고 말지 싶어요.”

원종분 회장은 조금 아픈 건 약 먹으면서 참게 된다고 했다.

“농사짓다가 장화 신은 채로 현관에 들어와서 약을 달라고 하고, 서둘러 다시 밭으로 나가 일할만큼 바쁜 시기에는 대중없다니까요.”

원 회장은 이번 특수건강검진의 검진 항목을 보면서 농약중독검사가 농업인에 꼭 맞는 좋은 검사라고 꼽았다. 최근 농약중독으로 몸져 누운 여성농업인을 보면서 자신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가족에게도 항상 농작업복을 입고 농약 주라고 잔소리해요. 바람이 부는 날은 뒤로 물러나서 약을 뿌려야 되는데 농촌사람들은 농약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원 회장은 무릎 안 아픈 농촌여성이 없다며, 자신도 무릎이 아프면 ‘나중에 나도 똑같이 되겠구나’ 생각이 든다고 했다.

농사짓는 환경 고려해야
“농사짓는 지역은 어느 시군이든 똑같아요. 이런 좋은 제도가 있으면 괴산에서도 꼭 하면 좋겠어요.”

원 회장은 힘든 농사일로 어깨 회전근이 파열돼 특정 동작을 할 수 없다며 팔을 들어보였다. 또, 햇볕을 마주보며 농산물을 수확하다보니 직사광선에 시력이 나빠졌고, 목디스크도 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밭에 나가면 해충이 사람한테도 덤비니까 피부질환 검사도 건강검진 항목에 추가하면 좋겠어요.”

농촌 고령화로 병원 가는 길도 힘들어 특수건강검진이 시행해도 어려움이 많아도 했다.

“지자체에서 어르신들 운전면허를 반납하라고 성화니까, 집집마다 자가용이 없어지는 추세에요. 시내버스로 읍내 병원을 가다보니 버스도 없고 어쩌다 한 두 번이 고작입니다.”

고령화와 열악한 교통수단 등 농업·농촌 현실에 맞는 대책이 강구돼야 여성농업인이 더 건강하게 농사짓는 내일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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