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16주년 특집 - 건강한 농촌여성이 건강한 농업·농촌 만든다

① 여성농업인 건강, 사후약방문보다 예방이 우선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70번에 농산촌 지원강화와 성장환경 조성을 위한 주요 내용 첫 번째에 농촌주민 삶의 질 향상을 사업으로 소개된 사업이다.
여성농업인들은 고되고 반복적인 농업활동으로 근골격계 질환 등 농작업과 관련된 각종 질환에 노출돼 있다. 이런 문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력난을 겪는 농업농촌 현실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의 농업활동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힘들게 한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여성농업인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농촌 특성에 맞는 의료 돌봄 사업인 여성농업인 특수검강검진의 취지와 사업내용, 그에 대한 기대와 개선점 등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혈압검사, 피검사 등의 기초검사를 마친 후에는 폐기능 검사를 한 후 마지막으로 골다골증 등을 알아보는 영상검사를 진행한다.

수요 많지만 예산 부족…올해 20억 예산으로 9천 명 한정 아쉬움 

#“나라에서 여성농업인을 위한 특수 검사를 해준다니 고맙지. 여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검사라 걱정도 되고...”
“여성농업인들은 손·무릎이 늘 아파도 사진을 찍어서 관절염 검사를 할 생각을 못했는데 이런 검사를 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좋아요.”
“허리와 무릎 관절이 다 안 좋아요. 비오는 날이면 안 쑤시는데가 없고 힘들어요. 바빠서 내 몸 하나 챙길 생각을 못했는데 좋은 기회라 오게 됐어요.”

지난 8월22일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충북 진천의 중앙제일병원의 폐기능 검사장 앞에서 대기하던 여성농업인들은 특수건강검진에 대한 기대감과 한편으론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여성농업인이 비농업인 또는 남성농업인에 비해 유병률과 의료비용이 높은 특성을 고려해 올해 시범사업으로 9천 명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근골격계 유병률은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농업인 70.7%, 남성농업인 55.1%, 비농업인 52.2%로 여성농업인의 병의 발생이 월등히 높다. 근골격계 의료비용도 여성농업인 125만5천 원, 남성농업인 92만8천 원, 비농업인 30만4천 원 순으로 여성농업인의 의료비용이 많다. 
이에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2018년 6월 ‘여성농업어업인 육성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국가와 지자체의 법정 의무제도다. 

여성농어업인 육성법 제11조3의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성권 보장과 여성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성농어업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여성농어업인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건강검진에 소요되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사업은 2021년 예비검진 효과 분석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올해 처음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 물리치료사가 건강밴드를 이용해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체조를 여성농업인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무슨 검진 받나?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기존 일반건강검진과 달리 농작업으로 인해 직업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농작업 질환 예방상담과 건강검진을 지원해 여성농업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복지 함양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국가 건강검진에는 포함되지 않은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 ▲손상위험도 ▲폐활량 ▲농약중독 총 5개 영역 10개 항목에 대해 검진한다. 농작업성 질병의 조기진단과 함께 사후관리와 예방을 위한 교육과 전문의 상담도 진행된다. 
올해는 만 51~70세 여성농업인 9천명 대상으로 11월까지 진행하는데 시범사업의 총 예산은 20억 원으로 검진비는 국비 90%와 자부담 10%이나 지자체에 따라 자부담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우미옥 사무관은 “지자체 대상의 사업 대상 공모시 자부담 10%를 지자체 매칭으로 할 것을 권고했다”며  “공모에 선정된 11개 시군 중 7개 시군이 지방비로 10% 자부담을 부담하고 있고 시군별로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확대 요구 빗발

시범사업은 경영체 등록, 농사경력, 규모 순으로 대상자 선정

농식품부는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9개 도에 1천명 씩 9천명을 배정하고 도별로 1개 시·군을 선정했는데, 전북은 익산시와 김제시가 통합 신청했고, 경남은 김해시와 함안군이 통합 신청해 총 11개 시·군이 선정됐다. 

선정된 지자체는 김포시(경기), 홍천군(강원), 진천군(충북), 공주시(충남), 익산·김제시(전북), 해남군(전남), 포항시(경북), 김해시·함안군(경남), 서귀포시(제주) 등이다.
충북 진천의 중앙제일병원을 찾았을 때 올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자로 선정된 진천 지역 여성농업인 5~6명이 이미 문진과 혈압검사 등을 1차로 마치고 폐기능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병원에선 하루 10여명의 여성농업인 대상으로 문진과 혈압검사, 피검사 등 기초검사, 폐기능 검사를 마친 후 집합 예방교육,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상 검사를 한 후 검사결과를 놓고 의사와 상담하는 순서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건강검진에 걸리는 시간은 한나절 정도 다. 이곳 병원은 7월 말부터 검진을 시작해 대상 여성농업인의 10% 정도만 검진을 마친 상태였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서 일반 환자들도 같이 검진 받기에 좀 서둘러 일찍부터 방문해야 검진이 수월하다”고 안내했다. 

▲ 중앙제일병원 조명남 심사부장

문진표 작성과 폐기능 검사에 시간 오래 걸려
중앙제일병원에서 사업의 총괄관리를 담당하고 조명남 심사부장은 “처음 하는 사업이라 시행착오를 거치며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며 “생각보다 문진표 작성에 시간이 많이 걸려 미리 휴대폰으로 모바일 문진표를 전달하고 있지만 대상 여성농업인의 절반 정도만 문진표를 작성 해 검진이 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여성농업인 건강예방교육도 담당하고 있는 조명남 심사부장은 “선정된 병원 모두에서 원진재단에서 만든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똑같이 사용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유인물을 이용하지만 동영상이 제작돼 사용되면 좋은 교육 내용을 여성농업인에게 보다 더 수월히 전달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교육방법의 보완을 제안했다. 

예방교육의 내용은 ▲농약살포시 복장 ▲심폐소생술 ▲작업환경 개선 교육 ▲건강관리를 위한 동작 교육 등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밴드 체조를 배워보는 실습 교육도 포함돼 있었는데 여성농업인이 한번 따라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꾸준히 반복 실습해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사후 관리도 필요해 보였다.  

검진 중 특히 폐기능 검사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원래 폐기능 검사가 남성들이 많이 하는 검사라 여성들이 하기 힘든 검사란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측정기를 물고 들이마시는 것이 마음껏 안 돼 몇 차례나 다시하며 어려움을 겪었다”는 여성농업인이 대다수였다. 

조명남 부장은 “연세 많은 여성농업인들도 검진 프로그램을 잘 따라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지금하는 폐기능 검사를 복지부에서 인증하는 기계로도 어렵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개선점을 얘기했다. 
진천 산청리에서 온 김경숙씨는 “건강보험 검진에서 별도로 돈이 많이 들어 주저하던 골다골증 검사를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며칠 전 빗길에 넘어져 팔에 부목을 댄 채 검진하러 온 여성농업인 엄영순 씨는 “몸이 불편해 올까말까 망설였는데 마침 이웃의 차를 타고 같이 가자고 해 검진 받으러 왔다 ”며 “진작 젊고 덜 아팠을 때 이런 검사를 했다면 더 건강에 신경 쓰고 조심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검진비용은 연령별로 국가 검진에서 해당되는 부분이 있어 연령에 따라서 수가가 조금씩을 차이가 있어 20만~22만 원 내외다. 중앙제일병원은 진천군과 계약할 때 일률적으로 20만 원으로 검진비용을 정했다. 진천군 역시 자부담 10%를 모두 지자체에서 부담해 개인이 지불하는 비용은 없다. 
농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우미옥 사무관은 “여성농업인 모두를 대상으로 했으면 좋겠지만 시범사업으로 인원이 제한돼 아쉽다”며 “공모에 선정된 시군에서도 농업경영체 등록 기준과 농사 경력, 농사 규모 등을 고려해 건강검진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나이순, 농사경력 순으로 사업 대상자를 선정해 해당되지 않는 여성농업인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미옥 사무관은 “사업이 확대돼 전체 여성농업인이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강현옥 회장은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힘든 농사일로 근곡결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며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이 시범사업으로 머물게 아니라 빨리 전체 여성농업인에게 확대 실시돼 미리 여성농업인 고질병을 예방하고 나이 들어 병원비 걱정에서도 해방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발표된 내년도 농식품부 예산편성안에 여성농업인 특수건강 검진예산이 올해와 같이 20억 원으로 편성됐다.

 

■ 우리 군에선 - 충북 진천군 농업정책과 강상훈 과장

고위험성 고려해 고령자 우선…
지자체 사업으로 이어나갈 계획

▲ 진천군 강상훈 농업정책과장

충북 진천군은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공모에 당선되기 위해 미리 여성농업인 수요조사와 신청을 받으며 준비했다. 진천 2개 읍과 4개 면에 대상 인원은 4527명으로 이중 825명이 신청해 참여율이 19.3%였다. 대상자는 농업경영체 등록기간 3년 이상으로 농작업 질환에 따른 고위험성을 고려해 고령자 우선 선발 지원했다. 

건강검진 참여의향 조사를 진천 관내 병원 대상으로 사전조사한 결과 8개 병원 모두 사업 참여를 희망했으나 지정요건이 충족되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공모에 선정된 후 진천군은 사업대상자 통보와 자부담 지원 예산을 학보해 농업경영체 등록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신청을 독려했다. 홍보는 각 여성농업인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해 참여율을 높였다. 사업대상자가 검진예약 신청을 한 후 검진과 예방교육을 실시하면 지정 병원에선 검진대상자를 확인한 후 검진을 실시한 후 진천군에 사업정산과 보고를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진천군은 군수 7기 공약사업으로 관내 여성농업인의 농작업 질환 예방을 위해 자체 예산을 확보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비 자부담을 지원하고 있는데 여성농업인의 참여의지와 기대가 높아 무척 고무적이다. 또한군과 여성농업인 특수검건강검진기관과 각 읍면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진천군은 시범사업인 여성농업인특수건강검진 사업의 정부 확대가 어렵더라고 군 사업으로 계속 추진해 여성농업인의 질병예방과 건강 유지에 최선을 다해 노력할 생각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