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엔 재고쌀 그득하고 신곡 수매도 코앞

하락하는 쌀값에 농민․농협 대책마련 촉구

인류가 쌀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충북 청주시 옥산면 소로리의 구석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된 볍씨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쌀농사가 이미 그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쌀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구는 34% 정도인 30억 명으로 추산된다. 경지면적으로만 보면 밀이 전체의 32%로 1위이지만 전 세계 인구의 10%만이 밀을 주식으로 이용해 단연 쌀이 지구촌 인구의 주식이자 한민족의 주곡 자리를 굳건히 해왔다. 쌀은 특히 우리 민족에게 식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공동체 생활의 근간이었다. 

산업화 이후 비약적인 발전으로 우리 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지고 쌀 외에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국민들의 입맛도 점차 서구화되면서 쌀의 입지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05년 쌀 한가마인 80.7㎏에서 2010년 72.8㎏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56.9㎏까지 줄었다. 농업인구의 감소와 적은 소득, 논 면적 감소 등으로 쌀 생산량은 지속 감소하는 추세인데 쌀 소비량이 더 빠르게 감소해 여전히 공급과잉이다. 그러다보니 쌀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아우성이다. 정부가 과도한 쌀값 하락 방지를 위해 수급안정제도를 마련해 시장격리를 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실제, 5일 현재 2011년산 쌀값(20㎏ 정곡 기준)은 전월보다 3.9% 하락한 4만3093원으로 작년 10월5일 이후 10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작년 수확기 평균가격보다 19.5%, 지난 5년간 평균가격보다도 9.9%나 하락했다. 게다가 곧 올해산 쌀 수매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쌀값 하락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전국의 농협 쌀창고는 재고쌀로 꽉 들어차 있어 신곡 수매에 부담이 되고 있고, 재고쌀 관리로 인해 농협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농협의 고충이 계속되자 농협조합장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쌀값 하락의 원인은 쌀 공급과잉이 아니라 정부의 양곡관리 실패에 있다며, 쌀값 하락폭이 역대급이라는 점에서 이를 단순히 시장원리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라는 것이다. 쌀값 하락 우려를 막기 위해 도입된 ‘쌀 시장격리’ 시기가 농민과 농협의 수차례 요구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진행됐고, 격리 방식도 부적절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 햇볕을 받고 알곡이 익어가는 들녘의 벼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한숨소리만 커지고 있다.

지난 8월18일은 쌀산업 가치 인식 확산과 쌀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쌀의 날이었다. 8월18일이 쌀의 날인 연유는 여든여덟 번 농부의 손길을 거쳐야 쌀이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화된 요즘에는 부합되지 않지만 그 의미만큼은 기억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최근에는 쌀이 밥 외에 다양한 가공식품의 원료로, 또한 밀가루를 대체할 분질미 개발도 확대되고 있다. 시대가 흐르고 트렌드가 변해도 쌀이 우리 주식이라는 인식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더 건강하고 다양한 쌀식품을 먹느냐가 중요하다. 이젠 연구자들과 식품업계의 몫이다. 곡물자급률이 턱없이 낮은 우리의 먹거리산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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