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수도권․중부지역 기록적인 물난리

이상기후 일상화...중장기적 기상대책 마련해야

지난주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과 재산, 농작물에 큰 피해가 발생해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추석을 앞두고 민심이 흉흉하다. 8일부터 수도권과 경기·강원, 충청·전북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폭우에 교통이 마비되고 주택과 상가 수천 동이 침수됐다. 특히 서울에선 주거취약 계층의 주택이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공간적 배경이기도 했던 반지하 주택에서 이번 폭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외신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번 사고로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반지하를 주거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하고, 장기적으로 서울 시내의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집중호우는 대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지역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집중호우에 벌통을 살피러 간 노부부가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산사태로 마을이 쑥대밭 되고 고립된 곳도 한 두 곳이 아니다. 제방이 무너지고 농경지가 침수되기도 했다. 민족최대의 명절이자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정담을 나눌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덮친 집중호우 피해로 시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성수품 준비는 고사하고 거처도 없이 추석을 쇠야 할 판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집중호우로 농업·농촌 피해가 속출하자 집중호우 관련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피해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 대응체계와 추석을 앞둔 농축산물의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을 점검했다. 8일부터 강원영서, 충청·전북·경북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농작물, 가축, 농업시설, 농경지 등에서 피해가 발생해 배추, 무, 감자, 사과, 배 등 주요 품목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집중호우에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농산물 수급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집중호우가 끝날 때까지 비상태세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의 집중호우는 기후변화의 경고라고 기후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벌인 발전지상주의의 결과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기록적인 가뭄과 홍수, 폭염, 혹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에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이상기후의 주범인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고 있지만 나라마다 이해와 대처가 제각각이어서 실효성을 거두는 게 녹록치 않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의 위기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태평양의 어느 섬나라가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점점 바다에 잠기고,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과 홍수, 국제정세 불안 등은 농산물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국제적인 식량위기로 이어지는 게 오늘날 지구촌의 현실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당분간 곳곳에 집중호우가 내릴 전망이다. 더 이상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 관계기관의 철저한 대비와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추석을 앞두고 이재민을 보듬는 우리 고유의 정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