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고유가시대, 농사짓기 더 버거워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한 각종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원 달러 환율도 최근 13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며 고유가 시대를 맞이했다.

▲ 2021~2022년 국내 유류가격 추이(자료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정부, 유류세 법정 최대한도인 37% 인하
면세유 상승률은 전년동기 2배 육박

경유·실내등유 가격 55%·79% 급등
국제 고유가 여파는 곧바로 국내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0.9원 내린 리터당 2116.8원이었고, 경유는 7.8원 내린 2150.4원이었다. 뛰는 휘발유 가격이 뛰는 것에 비해 경유 가격은 나는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5월부터 이어진 경유 가격 역전현상은 이번달 들어서도 계속됐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기름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 휘발유, 경유, 실내등유 리터당 가격은 1590.6원, 1391.4원, 946.8원으로 가격상승률은 각각 약 33%, 55%, 79%이나 됐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유류세를 20% 인하한 데 이어 4월에는 10%를 추가로 인하해 30%까지 낮췄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지자 지난 1일에는 유류세를 법정 최대한도인 37%까지 인하하기로 하면서 8주 연속 상승은 멈췄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보다는 정유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면서 그 효과는 반감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에 의하면 지난해 11월부터 6월까지 휘발유 유류세 인하액 182원은 69원, 경유 인하액 129원은 53원만 소비자가에 반영됐다. 반면 정유사는 유류세 인하 후 마진이 대폭 늘어나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기록하면서 그야말로 고유가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농업계도 고유가 쇼크의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7월 휘발유, 경유, 실내등유 리터당 가격은 1590.6원, 1391.4원, 946.8원으로 가격상승률은 각각 약 33%, 55%, 79%이나 됐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경유와 실내등유 상승률이 휘발유를 앞지르면서 농번기 때 농기계를 많이 쓰는 농가와 하우스시설에 일정온도 유지를 위해 실내등유를 쓰는 화훼농가 등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만큼 속도 하루하루 타들어가고 있다.

▲ 실내등유를 쓰고 있는 화훼농가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유가에 ‘휘청’…농가 지원책 부재
올해 일몰되는 조세특례제한법 연장이 고작

면세유 써도 허리 휜다
화훼농가는 겨울철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된다지만 여름철에도 실내등유를 많이 쓰는 편이다. 경기 고양에서 접목선인장류를 주로 생산하는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신 씨는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3월경 개학 시즌을 맞아 회복세를 보이던 물량 납품이 늘어날 시기에 남편이 코로나19에 확진되고 말았다. 하지만 일손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서로 마스크를 이중삼중으로 쓰면서 거리도 멀찍이 두면서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더 힘이 빠졌다.

“유류세가 줄어 등유 가격이 조금 내려 1400원 정도 해요. 많이 올랐을 땐 1700원이나 됐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에 800원이 조금 안 됐으니까 부담은 거의 2배나 늘어난 셈이에요.”

온도가 일정하지 않으면 개화시기를 조절할 수 없어 품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화훼농가 특성상 기름값은 경영비에서 30%를 차지한다. 신 씨와 같은 화훼농가에게 지금같은 고유가 시대는 직격탄이 되고 있다.

농업은 지원 사각지대
사회적 약자인 농업인들의 경제적 지원과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986년부터 면세유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농업인은 일반적으로 농협과 일반 유류취급소 약 5900여 곳에서 약 14억 리터를 공급받고 있다. 금액으로 치면 약 6800여억 원에 이른다.

고유가 쇼크가 농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면세유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면세유는 농업을 비롯해 임업·어업에 사용하는 석유류에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도록 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하는데 기간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농촌지역구 여야의원을 중심으로 조세특례제한법 일몰기한을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진 못했다.

그동안 면세유 연장은 해를 넘기기 직전에 통과시킨 전례가 있었고, 아직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아직 마치지 못한 상황이라 조세특례제한법 통과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례없는 고유가로 휘청이는 농업인을 위한 지원이 고작 조세특례제한법 연장이 다라면 이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하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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