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원장의 건강한 중년 100세(최종회)

"아무런 증상 없는 노인에게 
위험할 수 있는 공격적인 검사를 
검진 목적으로 꼭 해야 할까..."

18세기 의사 모르가니(Giovanni Battista Morgagni)의 명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질병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입이 없어 말하지 못하는 몸속의 장기가 살려달라는 울부짖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울부짖는 소리에 무덤덤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또 다른 사람은 너무 예민해 없는 소리까지 증폭해 호들갑을 떤다.

이참에 검진과 진료를 비교해 보자. 검진은 넓디넓은 태평양에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낚고(잡히면 다행이고, 못 잡아도 할 수 없다), 진료란 바다 속에 들어가 직접 작살로 찍어 물고기를 잡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검진과 진료를 구분하지 못해 검사하자고 권하면 ‘다음에 검진을 받겠다’고 거부하는 답답한 사람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의 국가건강검진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검진으로 모든 국민을 상대로 다양한 항목을 제공한다. 그러나 건강검진으로 일찍 질병을 발견해 건강을 지키게 도와주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낮은 의료수가를 벌충하는 측면도 있어 과잉 검진의 역기능도 발견된다.  

최근 추가된 폐암 국가검진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아무리 담뱃값에서 재원을 지원받더라도 스스로 담배를 피워 만든 암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담배를 피운 갑수에 따라 검진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리보다 자료가 많은 나라에서도 주저하는 폐암검진을 컴퓨터단층촬영을 해 과도한 방사선을 쪼이며 정말 ‘가물에 콩 나듯’이 암을 찾아내는 검진이 타당할까? 

젊은 여성에게 시행하는 유방촬영도 방사선 조사량이 적지 않고, 나이 든 노인에게 시행하는 위내시경도 문제가 많다. 아무런 증상 없는 노인에게 위험할 수 있는 공격적인 검사를 검진 목적으로 꼭 해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런 측면에서 종양표지자(tumor marker) 검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종양표지자란 간단히 피를 뽑아 종양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보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종양표지자로는 전립선암을 찾아내는 전립선특이항원(PSA), 간암에 대한 알파태아단백(AFP), 그 밖에 암배아항원(CEA), CA19-9, CA125, CA15-3 등이 있다. 특히 CA19-9는 진단이 어려워 늦게 발견되는 췌장암, 담낭암, 담도암 등을 의심할 수 있고, CEA는 대장암 등 선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검사로 남성과 달리 암의 대부분이 선암인 여성에게는 중요할 수 있다. 이런 종양표지자는 민감도와 특이도를 감안하더라도 가치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하는 시시한 농담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 간첩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아재개그다. 표지자의 표지(標識)의 지(識)는 ‘적을 지, 알 식’ 등으로 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표지자’라고 읽지만, 허구한 날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쪽에서는 ‘표식자’라고 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병원 홈페이지나 논문 등을 찾아보시라. 표지자가 아닌 표식자가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정말 간첩이 많아서 그럴까? 한문(漢文) 교육이 절실한 시기다.

<김응수/웃는세상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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