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조절기능․인지능력 약해 무더위에 취약

첨단기기 활용한 농촌노인 건강관리 시급

역대급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은 올 여름철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해 국민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달 20일 폭염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됐다. 지난해보다 22일이나 빨랐다. 이달 2일에는 한 단계 더 높은 ‘경계’가 발령됐다. 이것도 작년보다 18일이나 빠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3일에는 올해 처음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폭염 사망자가 발생해 더욱 주의를 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의하면, 올 5월20일~7월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 수(7월3일 현재)는 35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명이나 크게 늘었다. 온열질환자가 많이 발생했던 2019년, 2018년, 2016년 자료를 보면, 온열질환은 대개 실외에서 많이 나타나며, 이중 야외작업장, 논·밭, 길가, 심지어 집에서도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온열질환자 5명 중 1명은 50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구성된 농촌은 온열질환 취약지역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고령자는 땀샘 감소로 땀 배출량이 적어지고, 체온조절 기능이 낮아지며 온열질환을 인지하는 능력도 약하기 때문에 무더위에 더욱 취약하다. 게다가 작업의 대부분이 실내가 아닌 뙤약볕이 내리쬐는 논·밭이나 시설하우스 등 무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실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고령 농촌주민에게 여름철 무더위는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다.

홀로 지내는 독거노인이 많아 농사일 도중이나 집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해도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농촌지역은 공공기관이나 대형쇼핑센터, 은행 등 대도시에 비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적어 그나마 무더위쉼터인 마을회관 등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더위를 식히는 수밖에 없다. 그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폐쇄됐던 마을회관 등이 코로나 일상회복으로 다시 문을 열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 마냥 안전지대라고 할 수만은 없다. 

한편, 경기도 파주시가 지역 노인들의 치매나 고독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TV 시청률 장비를 활용해 시청 형태를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노인가구의 TV가 아침에 꺼져 있거나 2시간 이상 채널이 변경되지 않으면 마을 이장이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을 방문해 노인가구의 특이사항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고령의 독거노인이 많은 농촌지역 특성을 반영한 아이디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 첨단 디지털기기 보급 확산으로 이젠 농촌노인 거의 대부분도 스마트폰을 쓴다. 이 스마트폰에 농촌노인들의 건강상태를 멀리 떨어진 가족이나 주변인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력은 현재로서도 충분할 것이다. 주택 간 거리가 멀고 농작업도 외딴 곳에서 홀로 하는 경우가 많은 농촌 실상을 고려할 때, 일상이나 농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긴박한 사고로부터 스마트폰이 안전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유사한 기능이 개발돼 있다면 널리 홍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식량안보의 최전선에서 땀 흘리는 고령의 농촌노인들에게 그 정도의 디지털 혜택은 당연한 게 아닌가.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