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율·빈곤율 속도 빨라 노인의료전문가 양성 시급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계층은 노인들이었다.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 감염에 노출될 우려가 큰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각종 안전망에서 소외되는 홀로노인도 크게 늘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망자 35%가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발생했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지금처럼 각 과별로 나눠진 의료체계로는 노인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새롭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지난 7일 국회에서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심포지엄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팬데믹으로 인해 노인의료전문가 양성을 비롯한 새로운 의료체계 확립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 코로나19의 연령별 사망률을 보면 40대 미만은 채 1%도 안 되는 반면, 80대 이상은 59%나 됐다.

대규모 감염병 대응할 보건의료 체계 허점 곳곳
분절적 의료체계는 의료비 급증·삶의 질 악화 주원인
복지부, 지역에서 일차의료 담당할 노인주치의 필요성 공감

코로나 대비한 보건의료 정책 미흡
한림대학교 정기석 교수는 “코로나19는 노인건강에 폐렴, 다장기 부전 등의 질병부담, 백신 추가접종과 부작용, 다양한 후유증, 사회적 고립에 따른 우울과 불안, 가족관계 소원 등의 악영향을 끼쳤다”면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3년간 초과사망자를 보면, 65~74세는 612명, 75~84세는 1317명, 85세 이상은 2370명이었다”고 설명하며 보건의료 정책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치료에 있어 의사의 대면진료가 결여됐고, 소극적인 치료제 처방, 특효약 미비, 길어진 입원 대기, 응급의료 지연, 중환자실 부족 등의 문제점을 노출했고, 요양시설은 종사자 교육과 감염관리, 밀집도, 의료 연계 등의 미흡함을 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나이 자체가 고위험 인자이기 때문에 노인은 다음 팬데믹에도 치명적일 것”이라며 대책으로 조기에 진단·치료·입원과 집중치료를 할 수 있도록 우선 보호하고, 장기요양시설 감독관련 법령 개정, 위생과 환기 강화, 시설종사자와 공무원 교육, 노인의료 지원 강화 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의료비 억제·삶의 질 위해 노인의료전문가 시급
서울아산병원 손기영 교수는 해외의 노인의학 사례에 관해 설명했다. 손 교수는 “영국은 최소 4년 평균 6~7년의 수련과정을 거친 노인의학 전문의가 별도로 있으며, 미국과 대만은 원할 경우 1년 과정의 노인의학 과정을 거쳐 세부전문의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공식적인 노인의학 전문가가 부재해 각 과 전문의가 일부 건강문제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노인의학 수련 프로그램과 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손 교수는 주장했다.

대한노인병학회 윤종률 회장은 우리나라 노인건강상태 특징을 짚었다. 51% 노인이 3개 이상 만성질환을 겪고 있고, 세부전문의 중심의 분절적인 의료체계는 노인의료비를 급증시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노인 건강관리는 질병과 기능저하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 역시 부족하고,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경제·환경·심리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룰 돌봄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2025년 고령화율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윤 회장은 이런 이유로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불필요한 입원을 예방하면서 의료비 억제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노인의료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가는 단계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가정과 지역에선 노인주치의가 일차의료를 담당해 만성복합질환과 노쇠예방을 맡고,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경우 통합진료와 기능회복, 지역사회 연계와 장기적 케어가 가능한 노인친화 의료, 장기요양이 필요하다면 전문요양원과 일반요양원으로 역할을 달리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 7일 국회에서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했던 노인건강 문제를 다루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노인주치의 도입에 긍정적
보건복지부 고형우 의료정책과장은 “오늘 심포지엄의 핵심은 노인전문의와 노인주치의라고 본다”면서 “노인전문의는 사실상 도입한 나라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노인주치의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고 과장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동네 의원에서 상시로 모니터링하고, 합병증 발생을 지연시킬 목적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예로 들었다. 이 사업은 참여자들이 혈압·혈당을 조절하고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 응급실 방문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고 과장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 사업의 연장선으로 노인주치의 제도로 가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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