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 11

봄바람’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남쪽에서 봄을 싣고 바다 건너 산을 넘고 강을 거슬러 불어오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난 잎눈 꽃눈이 눈곱도 없이 부풀어 오르다가 터지는 모습이 봄바람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봄철에 부는 바람이 모두 그 ‘봄바람’만은 아니다.
봄철도 겨울과 같이 북서계절풍의 지배를 받는다. 그 때문에 진달래 개나리가 한창일 때 입술이 파랗도록 찬바람이 불고, 목련꽃이 만발하였을 때 낙화를 재촉하는 황사바람이 시야를 누렇게 물들이며 사정없이 불 때도 있다. 그러다가 남서풍이 불면 초여름 같은 날씨가 이삼일 계속되기도 한다. 봄에는 뜻밖에 겨울날씨와 여름날씨가 번갈아 찾아오는 변덕이 있다. 봄날씨의 특징을 잘 말해주는 봄에 부는 바람에 관한 속담이 있다.

‘봄에 남풍이 불어서 오는 비는 사흘 이상 내리지 않는다.’ = 봄에 남풍이 불어서 비가 내리게 되는 경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저기압이 이동할 때이다. 이 기간은 길어야 사흘이고, 그 뒤를 이어서 이동성고기압이 지나가게 돼 있으므로 금세 갠다. 이렇게 내리는 비는 봄을 재촉하여 밤새 산천을 산뜻한 연두색으로 바꾸는가 하면 날씨를 한층 따뜻하게 하고 하늘을 맑게 한다. 이 때 남풍은 그야말로 위대한 봄바람의 힘을 지닌다.

‘봄철 서풍은 하루뿐.’ = 봄에는 저기압이 동쪽으로 지나간 뒤에 서풍이 불기는 하지만 잠깐이고 하루 이상 불지는 않는다. 이는 이동성 고기압이 곧 이어서 지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은 서리를 동반하기 일쑤다. 서리가 자주 내리는 곳에서는 서풍이 분 다음, 밤에 싸늘한 기운이 돌고 별이 유난히 빛난다면 서리피해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봄에는 남풍을 꿈에 보더라도 배 띄우지 말라.’ = 봄철에 저기압이 동해로 빠져나갈 때 부는 남풍은 여름철과는 다르게 매우 세차게 분다. 이 때문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봄철 남풍은 배를 띄우는 사람들에게는 경계해야 할 바람이다. 바다뿐만 아니라 해안에도 강풍이 쉬지 않고 몰아치기 때문에 시설물 관리와 산불예방에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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