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안한 식량수급을 고려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더 큰 이익...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강력한 실행으로 
만성적인 식량위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식량위기 대응을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세계 각국들이 수출통제로 식량창고를 걸어 잠그고 있다. 위기가 닥치면 자기 나라 국민부터 먹고살기 위해 곳간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에 인도 밀, 인도네시아 팜유, 말레이시아 닭고기 등이 그랬다. 그 나라 국민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지 않게 하는 정책이다.

갈수록 잦아지는 극심한 기상이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 등이 이어질지 모른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식량안보가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제껏 식량자급률 목표치와 시행계획만 내놓고 결과는 흐지부지됐다. 

식량자급률은 식량 수급 상황을 가늠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표다. 그간 누더기 식량안보정책이었다.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서 우리나라가 32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 불안 등 위기 상황이다. 국제 곡물공급망이 휘청거리자 농정당국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달성이 힘들 것 같으면 기준 자체를 낮춰버렸다. 현실적으로 목표치 달성이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식량안보를 기민하게 챙긴다. 발 빠르게 세계 1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밀 수출 금지령을 확대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곡물자급률을 높여야 한다. 장기 수급계획을 세우고 적정 수준의 농지를 유지해야 한다. 식량 생산의 근간인 농지가 매년 1만6000㏊씩 도시화와 난개발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밀과 옥수수 선물가격이 치솟아 물가는 상승하고 사료값 등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 농가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의 최대 밀 생산지인 3개 주에서 극심한 가뭄이 들어 밀 흉작이 예상된다. 국제곡물이사회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곡물수입 의존 국가들이 7월부터는 밀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농업은 국가기간산업이고 미래성장산업”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자주국방만큼 ‘식량주권’도 중요하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식량’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식량안보의 핵심은 국내 곡물 자급 기반을 넓히고 수입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다. 수요가 많은 밀·콩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재배농가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곡물 생산 기반은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렵다. 이제 ‘기후위기’, ‘식량안보’를 강조하면서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인식의 전환이 되길 기대한다. 

곡물생산량과 가격은 가뭄·홍수 등 재해나 병해충, 기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쟁은 협상을 통해 종식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는 누구도 종잡을 수가 없다. 앞으로도 전 세계 곡물시장은 들썩일 것이다. 과거 정부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외쳤다. 하지만 뒷걸음만 쳤다.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006년 52.7%에서 2020년 45.8%로, 곡물자급률은 같은 기간 27.7%에서 20.2%로 주저앉았다. 곡물자급률은 역대 최저치다. 주곡인 쌀 자급률은 101%에서 92.8%로 그럭저럭 자급하고 있다. 밀 자급률은 고작 0.8%다.

더 이상 ‘식량안보’나 ‘식량자급’이란 말이 일회성으로 반짝거려서는 안 된다. 식량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력한 실행으로 만성적인 식량 위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식량안보를 위해 농업·농촌을 보호하고 생산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