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열전 - 경기 고양 '열두톨'

쌀밥 한 공기에서 느끼는 행복과, 생산한 사람의 성실함과 정성까지 파운드케이크에 담았다. 경기 고양 ‘열두톨’에서는 5000여 년 전 한반도 최초 재배벼로 알려진 가와지쌀(품종명 가와지 1호)을 직접 제분해 빵으로 가공하고 있다. 쌀 소비촉진으로 토종벼 명맥을 잇고 있는 주미경(38), 심하늬(41), 장상기(43) 공동대표를 만나봤다.

▲ 열두톨 (왼쪽부터)주미경, 심하늬, 장상기씨는 신도시의 옛 모습은 한반도 최초 볍씨인 가와지쌀에 담겼다며, 우리쌀빵을 통해 건강한 식문화를 알리겠다고 전했다.

가와지쌀로 건강한 쌀디저트 개발
농촌체험 연계하며 지역고민 해결

신품종 쌀에 관심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근무하던 동료들이다. 지역 농산물과 콘텐츠를 연계한 관광두레사업을 구성하면서 농촌지역을 숱하게 다녔다고.

“농업 기관에서 밀가루를 대체한 기능성 쌀을 많이 개발하는데, 저는 그런 신품종 쌀을 구해서 맛보고 싶었어요.”

쌀을 워낙 좋아한다는 주미경씨는 가와지쌀밥을 먹어보고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고 한다. 열두톨에서 가와지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레시피를 연구하는 식품개발을 맡고 있다. 소비트렌드와 편집디자인에 능한 심하늬씨는 국내외 쌀소비 동향을 관찰하고 벤치마킹하는 식품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장상기씨는 지역네트워크와 소통하며 다양한 농산물을 새로운 경험으로 식문화 판도를 바꾸고 있다.

쌀가루 즉석가공으로 차별화
가와지쌀은 제분 과정부터 첩첩산중이었다고 한다. 방앗간에서는 제분기가 과열돼 ‘수리비가 더 나오겠다’며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분쇄 과정에서 쌀알이 깨지면서 입자가 곱지 않아 빵으로 가공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세사람은 분쇄기를 특허 냈다는 전문 업체를 수소문해 초미립분쇄기를 3000만 원 주고 구매했다.

매장에는 초미립분쇄기와 가와지쌀 포대를 놓은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은 매장 밖에서도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이더자 직접 쌀가루를 제분하는 일터이기도 하다.

“농업인이 쌀을 가루로 만들고 싶으면 매장을 방문해 쌀을 제분해 가져갈 수 있게 운영하고 있어요. 도시의 쉐프들도 특정 지역의 쌀을 제분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어서 생산자와 요리사가 자유롭게 우리쌀에 대해 소통하고 데이터화하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 열무파운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열무를 넣었다.

농업농촌의 고민 함께 나눠
열두톨에서는 쌀의 특성을 살린 빵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가와지쌀로 만든 파운드케이크는 쫀쫀한 식감이 특징이다.

가와지쌀은 농업인 협동조합인 주식회사가와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수급해오고 있다. 강화 유기농 쑥, 서산 생강, 의성 검은깨, 고양 꿀과 열무를 접목해 특색 있는 파운드케이크를 메뉴화했다.

“관광업으로 인연을 쌓게 된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했어요. 지역 대표농산물을 알아보고, 농업인에게 연락해서 10~15% 저렴하게 농산물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원재료 수급을 받으면서 농업인들과 여행도 같이 하고 고민을 나누고 있다는 열두톨 사람들. 편집디자인 역량을 나누면서 농산물 디자인을 돕고, SNS를 통해 고양 꿀여행과 감자캐기체험 인원을 모집하며 교두보 역할을 한 배경도 각지의 농업인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가능했다.

“지역에 고민이 있으면 신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해요. 최근에는 꿀벌이 사라지고 있어서 양봉업을 응원하고자 라이스로얄파운드 레시피를 개발해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매장 한편에는 지역 마스코트인 고양이 수건과 대나무 수저 등 지역 공예작가의 소품을 판매해주고 있다. 대외활동으로는 학교에 출강해 로컬푸드교육에 나서며 아이들에게 가와지쌀을 소개했는데, 관심이 주문으로 이어져 8톤을 판매했다고 한다.

라이프스타일 맞춘 식품 개발
주미경씨는 가와지쌀로 만든 빵을 확대하고 싶다는 열정을 드러냈다.

“포카치아빵 테두리를 먹다가 ‘잠깨빵’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운전하다가 졸음이 올 때 씹는맛 있고, 차안에서도 흘리지 않고 먹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 거예요.”

라떼도 출시 예정이다. 홍미, 흑미 등 잡곡으로 천연색을 내는 빵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식인 쌀로 만든 빵을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게 유도하고 싶어요. 지역 쌀로 만든 파운드케이크가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게 열두톨이 기반이 되고 다방면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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