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공감 녹색기술 시리즈 1-잠사·양봉편

■  국민공감 녹색기술 시리즈 1-잠사·양봉편
     누에와 꿀벌에 관한 놀랍고도 재미있는 이야기④…변신의 귀재 누에고치

<누에고치 성분을 이용한 실크화장품.>

 

여 주 홍  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잠사양봉소재과

 


우리나라에서는 3천 5백여 년 전부터 누에치기(양잠)을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 한서 권28하가 이것인데요, 여기에는 기자가 조선에 건너와서 양잠과 비단 짜는 기술을 가르쳤다고 되어있습니다. 이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양잠기원은 어림잡아 3천여 년 전이라고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양잠의 발원지가 중국이니 만큼 중국의 양잠역사는 3천여 년 보다 훨씬 앞섬을 짐작할 때 5천년 전쯤이라고 짐작해 두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누에치기를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누에고치인데, 이 누에고치로부터 실을 켜서 옷감을 짜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비단’ 혹은 ‘실크’를 얻게 됩니다. 중국에서 최초로 탄생된 비단은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으로 인해 유럽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더불어 15~16세기 경 해상통로가 개발되기 전까지 흥망성쇠를 거듭하던 왕국, 도시들과 함께 그 역사를 함께 하게 됨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와 합성섬유가 등장하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비단의 명성은 차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지금은 그 찬란했던 흔적과 영광은 잠시 접어두고 추억만을 더듬어 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누에고치
현재 누에고치로부터 얻어지는 실크가 현대의 과학기술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어지고 있습니다. 첨단 과학을 이용한 기술접목으로 우리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자원으로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에고치를 얻기 위한 기나긴 기다림과 여정은 결국 훌륭한 누에를 탄생시켜내며 새로운 자원으로 쓰이게 됩니다.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누에고치는 비단 섬유에 있어서 훌륭한 면모를 보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쇠고기, 콩 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의 한 종류인 누에고치는 과학적인 요리법을 동원할 경우 훌륭한 요리로 변신을 할 수 있습니다. 누에고치 단백질이 물을 만나 가수분해(물분자가 작용하여 일어나는 분해반응으로 금속염이 물과 반응하여 산성 또는 알칼리성 물질이 되는 반응)요리를 할 경우 마치 약과 같은 기능성을 가지는 소재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편의증진·농가소득 기여
누에고치 실은 이미 오래전 외과수술용 봉합사로 사용되어 오고 있으며 그 안정성은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해 농촌진흥청에서는 누에고치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누에고치로 만든 분말을 섭취할 경우 간기능 회복과 당뇨억제 효과 등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실크비누, 실크염모제, 실크치약, 실크화장품 등 인체 친화성 소재로 변신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식품의약품 안정청의 정식허가 받은 ‘피브로인 BF-7’은 학습과 인지력에 효과 만점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변신의 달인이라고 어찌 칭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누에고치로 옷만 만들어 입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입고, 먹고, 바르고, 마시는 용도를 뛰어 넘어 이젠 우리 몸의 일부분과 같은 ‘실크 인공뼈’ 탄생까지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누에고치의 변신은 무죄’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부분에 활용되고 있는 누에고치. 국민생활 편의와 양잠농가의 고소득을 실천할 수 있도록 부드럽고 하얀 누에고치의 발전을 위해 농촌진흥청은 오늘도 누에고치에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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