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스럽게 농사짓습니다 - 충북 제천자연살이농장 이정희 대표

친환경 먹거리가 사람에게 이롭고 토양의 오염과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농업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친환경농업을 자율적으로 권고하면서 친환경농업 실천농가에게 시설장비를 지원하고 친환경농업직접지불제로 보조금을 준다. 하지만 관행농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는 농업인들이 해결해야 되는 숙제로 남아있다.

▲ 이정희 대표는 오미자에 GAP 인증을 받으며 친환경농법에 긍지를 갖고 시작했다고 한다.

천연액비와 초생재배로 친환경농업 10년
친환경농법 확산 위해 홍보·판로 다각화돼야

생태텃밭 가꾸며 환경계몽
충북 제천자연살이농장 이정희 대표(한국생활개선제천시연합회 수석부회장)는 6600㎡(2000평) 2000평 노지에 오미자, 블루베리, 플럼코트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매년 GAP 인증과 무농약 인증을 받고 있다.

“성당을 다니면서 생태텃밭을 운영하는 창조부장이었어요. 신도들과 땅에 나는 새싹을 창조물이라 여기면서 환경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신부님과 풀 뜯으면서 친환경 농사짓고 후손들에게 자연을 물려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 대표는 GAP인증을 시작으로 제초제 없이 초생재배를 하고 유황소독으로 전체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은행과 할미꽃 뿌리를 활용한 액비를 쓰면서 친환경농산물 품질향상에 힘쓰고 있다.

“퇴비를 만들어 쓰면서 비료를 최소화해요. 남들보다 1/3만큼 친환경 농약을 적게 쓰면서 땅의 힘을 길렀죠.”

이 대표는 밭에서 나는 산약초를 주민들과 먹거리로 나눈다고 했다. 봄철 주민들이 찾아와 쑥을 뜯어가도 되는지 물으면서다. 그는 주변에 농약을 안 친 땅이 없다면서 마음 놓고 산나물도 채취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친환경농법 확산 어려워
친환경농업을 하면서 밭에서 마주치는 노루와 고라니는 귀농한 이정희 대표에게 신비한 만남이었고 활력이 됐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오미자작목반을 이끌면서 친환경농법의 이로움을 알리고 농업인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문제는 잔손이 많이 가는 농사일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은 판로였다.

“수질 검사, 토양 검사 까다롭게 심사하면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판로는 안 해주니까 그 고생하면서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데, 작목반 회원들에게 실질적 얘기를 들으니 말문이 턱 막히더라고요.”

지금껏 소신을 갖고 몸이 힘들어도 친환경농법을 이어왔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서로의 견해를 좁힐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이정희 대표는 관행농 하는 농업인들은 농산물을 도매가로 대량 판매하면 목돈을 만질 수 있지만, 자신곽 같은 농업인들은 소신을 지키며 친환경농법을 이어갈 수 있는 수단이 많이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비교를 먼저 하니까 보편적으로 소비가 어렵고, 아기엄마들은 친환경농산물을 선호하지만 일부라서 아무래도 호불호가 갈리게 돼요.”

다른 농법에 농촌 갈등 유발
친환경농업을 이어나가면서 이웃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우리 밭에서 자꾸만 풀씨 날라 온다고 쓴소리를 들었어요.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농법이니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었죠. 이웃집 밭에서 농약이 바람 타고 넘어와서 오미자 무농약 인증 비용 40만 원을 손해봤어요. 이웃집에 소명자료를 요청했다가 사이만 안 좋아졌어요.”

친환경농업에 애로사항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각종 인증을 받은 대가로 정부보조금이 증가했지만 고생에 비하면 인센티브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보다는 친환경으로 농사하면서 나이 들수록 힘에 부치고, 의욕이 떨어지게 된다며, 몸이 아프니까 용기가 실추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GAP인증을 바탕으로 이번에 저탄소농축산물인증도 받았지만, 홍보도 부족하고, 판로도 막막해요.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에 새 정부의 관심과 맞춤 정책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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