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송해 할아버지는 MZ세대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에 ‘송해’가 나타나면 혹여나 돌아가신 건 아닐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클릭하는 친숙한 고령의 연예인이었다. 그래선지 송해 할아버지가 별세했다는 사실에 한동안 우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전국노래자랑마저 방영을 중단하면서 주말이 너무 조용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국 방방곡곡 농촌주민들 삶과 노래 솜씨를 들을 수 있었던 전국노래자랑을 돌이켜보니 내 삶에도 족적을 남겼었다.

내 고향에도 전국노래자랑이 와서 방청객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당시 옥색코트와 두상이 드러나게 꽉 묶은 머리 모양으로 박수쳤던 모습을 선명히 기억하는 건 방청석을 비춘 카메라에 잡혀 방송을 탔어서다.

송해 할아버지를 추모하는 방송에서 녹화 현장에 고위 공무원과 지자체장이 격려차 방문해도 1열에 귀빈석을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됐다. 취재차 만난 농촌지역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승진한 농업 공무원도 팽배한 관습에 예상보다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세대가 교체돼도 보수적인 농촌문화는 요지부동인데, 그것에 송해 할아버지가 맞서온 게 아닌가 싶다. 농촌 근현대를 풍미했던 국민MC 송해를 보내는 마음이 못내 아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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