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전년대비 18.3% 폭락하며 농협 재고량 77.7% 급증

▲ 식량자급의 최후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쌀값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뒤늦은 시장격리와 공급과잉 해소에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6일 국회에서는 양곡정책 재정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산지쌀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12월 정부의 시장격리 발표 이후에도 멈추질 않던 하락세는 지난 5일 기준으로 80kg 기준 18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전년동기 22만4000원에서 무려 18.3%나 폭락한 것이다. 쌀값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전국 농협에서 보관 중인 쌀 재고는 76만 톤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3만 톤였던 것과 비교하면 77.7%나 늘어난 것인데 올 수매 때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쌀값 대란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생산량 증가와 소비감소에 따른 공급과잉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는 올해 시장격리를 최저가 입찰 역공매라는 구색맞추기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식량자급률의 최후보루이자 전체농가의 40%를 차지하는 쌀산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는 농정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과 어기구 의원 공동주최로 쌀산업을 진단하고 양곡정책을 재정립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소비 늘리려면 밥중심 식사 우수성 알리고 가공 다양화해야
다수확품종 보급 지양하고 고품질쌀 우선하면 공급과잉 상당 해소
농식품부 “3차 시장격리 위해 기재부와 협의 중”

“쌀은 생산비 보장 법제화해야”
서삼석 의원은 “정부가 쌀 27만 톤을 시장격리했지만 시기가 많이 지체됐고, 헐값에 쌀을 넘겨야 하는 농가의 소득보전에 전혀 도움이 되질 못했다”며 “벼 생육과 소비감소세를 봤을 때 올해도 공급과잉이 우려돼 정부는 즉각적인 추가 시장격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양곡관리법도 개정해 가격하락과 생산이 과잉될 경우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화하고 쌀만이라도 생산비 보장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기구 의원은 “모내기가 거의 끝나가는데 벌써 수확기 쌀값을 걱정하는 농업인이 많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농업직불금 확대 외에 쌀관련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양곡정책 개선을 위한 뜻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식품연구원 김의웅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쌀 소비량은 362만4000톤이던 것이 2026년이면 341만 톤으로 5.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가구부분에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그 해법으로 “가구부분 1인당 쌀소비량을 61.7kg으로 설정하고 탄수화물 덩어리 또는 비만과 성인병 원인이란 쌀의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는 한편, 밥 중심 식사의 우수성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쌀 고품질을 위해 단일품종의 확대재배를 지양하고 교체가 잦은 정부보급종 체계는 신품종은 충분한 현장시험과 적합성 검토 후 채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소비자의 알권리와 법적문제의 효율적 대처를 위한 쌀 이력추적시스템 도입과 식량안보를 위한 우량농지 유지대책 필요성도 역설했다.

“시장격리가 족쇄됐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이학구 회장은 “공익직불제로 전환된 이후 변동직불제가 폐지됐고, 그 대안으로 수급불균형과 가격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시장격리가 오히려 쌀농가의 족쇄가 돼 버렸다”면서 “발동요건을 뛰어넘는 상황에서 시장격리가 지연됐고, 잘못된 격리로 쌀값이 곤두박질치면서 하락세는 장기적인 문제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워홈 유상준 구매본부장은 “연간 22만5000톤을 소비하고 있는데 같은 탄수화물 계열인 빵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을 봤을 때 밥과 떡 정도에 머물고 있는 쌀의 가공적성 폭을 넓혀야 한다”면서 “쌀가격이 kg당 2000원인데 밀은 급등했다 해도 600원 정도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걸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RPC연합회 이성봉 회장은 “쌀값이 떨어지는 근본적 이유는 기업농이 늘면서 고품질쌀보다 다수확품종을 선호하면서 공급이 과잉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수확품종 개발을 지양하고 고품질쌀 생산을 우선하면 수확량이 20% 감소해 공급과잉 문제를 상당부문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남 보성농협 문병완 조합장은 “식량안보는 국가가 개입할 사안으로 2020년 개정된 양곡관리법에 시장격리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법에 명시됐음에도 기재부의 정무적 판단 때문인데 농식품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문제는 농업계와 이미 협의한 만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쌀소비 홍보전략 전환해야”
국립식량과학원 김진숙 수확후이용과장은 “다른 먹거리 소비를 쌀로 돌리면 하루 1.5끼를 2끼로 늘릴 수 있다고 보고, 기능성을 더하고 먹을 때 불편함을 줄이는 특수미와 가공용으로 많이 개발했고 저변확대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고 “해외에서 쌀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어 국내에도 홍보전략을 리뉴얼하는 한편, 어렸을 때 식습관이 확립되기 때문에 교과서에 싣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정주 식량정책과장은 “최근 2차 시장격리를 했지만 늦었다는 비판이 많은데 경제여건을 봤을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단기적으로 가격안정을 위해 물량을 조정하기 위한 시장격리를 경제부처와 협의 중이고, 중장기적으로 적정한 재배면적 목적의 생산조정사업이 중단된 것과 관련해 선택직불제로 생산조정한 품목은 추가로 직불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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