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포커스-농번기 공동급식 실태는…

▲ 안성의 갈전마을은 지난해에 이어 공동급식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지난달과 이번달 수요일과 금요일 총 15차례에 걸쳐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농촌마을에 활력소…예산대비 효과 커

같이 먹는 밥, 농촌마을의 활력소
“오늘은 마을회관에서 급식을 하는 날입니다. 주민 여러분은 회관으로 모여주세요.”

코로나19 이후 마을회관으로 모이는 일 자체가 보기 힘들어진 농촌마을. 하지만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갈전마을에선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30분 무렵이면 송영호 이장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나간 후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마을회관에 마련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 찜닭과 버섯볶음, 멸치볶음, 김치와 쌀밥이 점심으로 나왔다. 농번기로 모두가 바쁜 시기로 제각각 농사일을 마무리하며 모인 주민은 25명 남짓이다.

안성시는 지난해 마을에서 취사도우미를 뽑아 급식을 준비하도록 하고, 식재료도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자체 조달해 먹거리 선순환을 위한 목적으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가정에서 식사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농업인의 부담도 한결 덜어졌다. 지난해 갈전마을을 포함해 3개 마을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11개 마을로 늘어났다. 마을별로 15일, 20명 내외로 부식비와 인건비를 지원하는데 예산은 시비 100%로 2500만 원이 책정됐다. 1개 마을당 210만 원이 돌아가는데 식재료 150만 원, 인건비 60만 원이다. 식재료는 20명이 15일간 1끼당 5000원 꼴이며, 인건비는 하루 4만 원이 책정됐다. 로컬푸르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는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주문을 받아 마을회관으로 배송하고 있다.

재료수급 로컬푸드직매장에 맡기며 불만족 목소리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마을로 돌아온 후 올해로 이장 3년차인 송영호 이장은 “벼농사부터 마늘, 양파, 배 등 주민들이 농사짓는 작물이 달라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짓고 식사하러 오다보니 자연스레 식사인원은 나눠져 있다”며 “원래 이맘때면 얼굴 한번 보기 힘들었는데 코로나로 더 어려워진 마당에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급식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그 때문에 작년 3개 마을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입소문이 나 여러 마을에서 신청하면서 11개 마을까지 늘어났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란 방증이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불편해진 점도 있다. 마을에서 사는 주민 중 한 분이 취사도우미를 맡아 장을 직접 봤던 작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공도읍의 로컬푸드매장에서 필요한 식재료를 주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책임지는 진성분씨는 “작년엔 장 보는데 힘은 들어도 원하는 재료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로컬푸드매장에 없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도 콩나물을 주문했는데 크기가 제각각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서 “근처에 농협 하나로마트를 가면 없는 게 없는데 거기서 장을 볼 수 있으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호 이장도 “회계처리 문제로 로컬푸드직매장에서 물건을 공급받게 된 걸로 아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영수증 처리하는 게 익숙치 않고, 부족한 건 공무원들이 또 보완해야 되기 때문에 바꾼 것 같은데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입장에서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시작한 공동급식 지원사업의 경우 관내 농산물 소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있어 로컬푸드직매장을 이용하도록 개선한 것이며, 마을주민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지난해 5월보다 생활물가지수가 6.7%나 올랐고, 특히 식품상승률은 7.1%에 달했다. 치솟은 물가는 급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치솟은 물가에 식재료 장만 만만찮아

지자체 사업으로 지속성 한계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의 지원을 하는 지자체가 속속 늘고 있다. 지원받는 마을의 주민들이 예산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탓이다. 코로나19로 마을회관에 모여 식사하기가 어려워졌을 땐 반찬배달이나 도시락으로 대체하기도 했지만 같이 밥을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생기는 일 자체가 마을에 큰 활력소가 된 걸로 인정받고 있다. 지원을 받는 주민들 대부분은 한솥밥을 먹으며 공동체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자체 예산으로만 의존하다 보면 마을마다 지원되는 돈이 제각각인데다 지속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갈전마을도 시 예산으로 운영에 한계가 있어 여유가 있는 마을주민에게 지난해 자발적으로 후원금 200만 원을 받았다. 올해 따로 알리진 않았지만 어르신들이 워낙 좋아하는 모습을 본 주민들 덕분에 이미 50만 원이 걷혔다.

송 이장은 “마을단톡방에 공지하지 않았는데 오늘도 10만 원을 후원금으로 낸 주민이 있었다. 그렇지만 부식비도 다들 올랐고, 어르신들을 제대로 대접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고기나 생선을 올리려면 지원금만으론 조금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방이양된 급식지원, 중앙정부로 되돌려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과 비교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가 6.7% 올랐다. 소비자가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되는 생활물가지수 중 특히 식품상승률이 7.1%나 오르며 상승폭을 견인했다. 밥상에 자주 오르는 국수 33.2%, 쇠고기 27.9%, 돼지고기 20.7%, 닭고기 16.1%, 감자 32.1%, 무 32.1%, 포도 27.0%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식재료들이 대부분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주민식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그리고 만족도가 높은 이 사업이 농번기뿐 아니라 겨울을 포함해 연중으로 지원되기 위해선 국비지원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급식지원은 지방사무로 이양되면서 지자체가 100% 책임지며 지원기준과 방법 절차 등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급식지원 유무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국비지원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마을공동급식을 조사한 적이 있는 충남연구원 박경철 연구원은 “공동급식사업은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마을도 있지만 주민들이 십시일반 걷거나 이장님이 후원을 받아 운영되기도 한다”며 “겨울철에 마을회관에 많이 모이게 되는데 이때 주민들은 급식이 지원되면 좋겠다는 응답이 많았고, 특히 고령의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 나오는 게 유일한 즐거움으로 연중으로 식사가 지원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초중고와 유치원 등으로 공공급식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지만 농촌마을은 해당되지 않고 있어 복지차원에서 그리고 로컬푸드 확산 차원에서도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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