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특화연구소를 가다 – 강원도농업기술원 옥수수연구소

2018년 국회는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새롭게 제정했다. 이 법률은 지역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고려해 유망한 지역특화작목 개발과 이를 활용한 산업 활성화를 농업의 새로운 발전·전략으로 삼고자 한다. 이에 본지는 지역농업 R&D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각 도농업기술원 산하 지역특화연구소를 다룬다.

▲ 옥수수연구소 김기선 소장은 수많은 실패와 연구자의 고뇌로 40여 품종의 개발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명품화·다양화로 지역특화작목연구성과 우수기관 선정
기능성·종자수출 옥수수 등 개발하며 식량작물 한계 돌파

전국 유일 옥수수연구소
강원도의 옥수수 재배면적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5500ha로 전국 34%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의 대표적인 식량작목으로 굳건한 위상을 가질 수 있었던 건 40여 종의 품종을 개발한 1994년 설립된 강원도농업기술원 옥수수연구소가 있어서다.

옥수수연구소 김기선 소장은 “벼를 재배할 평야지대는 드물어 쌀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대체해 심을 작물들도 귀했던 강원에서 단순한 한 작물이 아닌 오랫동안 축적된 유산적 가치가 있다”며 “혹독한 추위와 춘궁기에 빠른 생육과 쉬운 재배로 주민의 배고픔을 달래왔던 옥수수는 이제 식량작물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간식거리로 급부상했고,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한 팝콘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오륜팝콘을 개발해 로열티 절감에도 톡톡한 역할을 하는 등 우리 연구소의 성과가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옥수수연구소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미백2호는 전국에서 유통되는 찰옥수수 중 현재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여기에 안토시아닌 성분을 넣어 분홍색을 띄는 칼라찰옥수수인 부농찰도 선보였다. 쫄깃한 맛과 아밀로펙틴 함량, 익는 시기가 미백2호와 비슷하고, 수확량도 우수한 부농찰은 올해 품종출원을 시작으로 농가 실증재배, 품종등록을 거쳐 농가에 종자를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자체육성한 신품종을 조기에 보급하기 위해 미백2호, 미흑찰, 흑점2호를 비롯해 최근 새로 개발한 오륜2호, 색소5호, 장수찰 등의 보급종 채종사업을 추진한다. 팝콘품질로 우수한 오륜2호, 안토시아닌 천연색소 추출용으로 사용가능한 색소5호, 동남아지역에 재배적응성이 높아 종자수출이 가능한 장수찰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기다 요즘 주목받기 시작한 자색옥수수는 옥수수의 산업화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고 있다. 자색옥수수는 2014년 품종등록한 강원도 고유품종으로 포엽과 속대가 자색으로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간 보호와 항비만의 기능성 효과를 입증받았다. 농식품연구소와 민간기업의 협업으로 자색옥수수 추출물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된 데 이어, 다양한 건강기능성 제품으로 출시되면 공급이 커질 것에 대비해 생산단지를 육성하는 등의 추진도 계획하고 있다.

수많은 실패와 연구자 고뇌로 40품종 개발
지난해 옥수수연구소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지역특화작목연구성과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존의 찰옥수수 이외에도 사료용과 가공용 품종개발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한 팝콘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오륜팝콘을 개발했고, 차별화된 프리미업 유기농팝콘이란 목표 아래 생산단지 조성과 유통업체와 계약재배를 통한 안정적인 농가소득의 토대를 마련했다.

옥수수연구소 핵심영역인 품종개발은 재래종을 보완한 개량종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재래종과 개량종의 차이는 무엇일까? 간단히 정리하면 재래종은 시간이 누적으로 만들어졌다면 개량종은 연구자의 손에서 탄생한 역작이다. 재래종이 한 지역에서 긴 시간 재배되면서 유전적으로 안정돼 식량으로 쓰고 남은 옥수수 알갱이를 다음 해 심어도 비슷한 모양의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는 반면, 개량종은 수많은 자원을 여러 해 자가수정해 만든 단교잡종 품종이다.

김기선 소장은 “옥수수는 개꼬리라 불리는 수술 속 꽃가루가 바람을 타고 암술과 만나 유전자가 이삭에 전해지며 수정이 완성된다. 옥수수 수염 한 개가 하나의 알곡으로 자라는데 품종개발은 꽃가루를 제공하는 계통과 이삭수염을 통해 수정되는 계통의 조합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는 수많은 실패와 연구자들의 고뇌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품종은 종자생산 단계로 넘어가 대규모 재배가 가능한 지역에서 생산될 토대를 갖게 된다. 향후 옥수수연구소의 역작들이 전국으로 재배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