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홍 기 용
(사)국제지역경제연구원장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본지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새천년(millennium)을 맞이하면서 요란하게 떠들던 화두의 하나는 세계화였다. 인류역사에서 과학과 교통의 발달은 급격한 사회변동을 가져왔으며, 과거 한 세기 동안 변화된 역사의 흔적이 몇 년 만에 탈바꿈하는 현실을 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의 사회변동 요인이 과학기술이 발달로 인해 주로 생산양식이 바뀌는 제조업에 변혁을 가져왔다면 앞으로의 변동은 생활양식과 생산양식 및 배분구조가 모두 바꾸게 되는 세계화에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국제사회의 대세라면 우리도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경제도 세계화 흐름의 최대 수익자로서 경제도약을 이룩하는 계기가 됐다. 무역수지가 전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를 넘어서고 있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주고받는 이익사회이기 때문에 수출한 만큼 수입도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세계화가 되면 우리의 농업 경쟁력이 취약해 몰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음을 보고 서구의 많은 사회학자들은 연구를 했다. 그 결과의 하나는 우리민족이 지니고 있는 교육에 대한 열정, 무모할 정도의 도전의식과 적절한 위험감수, 그리고 근면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사실이라면 비록 농업자원이 열악할지라도 우리 민족에게 농업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세계화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우리도 농업의 특성과 기능을 발휘해 패배주의적 악몽에서 탈출해 새로운 세계로 펼쳐 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자동차라면 벤츠, 도요다, 포드, 볼보, 피아트 등 모두 다 과학기술이 발달된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 현대자동차는 이들 차보다 뒤떨어지지 않아 미국, 서구, 아프리카나 남미의 대도시에서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는 성경 글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성공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우리는 농업과 관계된 음료와 식품 등도 제품의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프랑스의 포도주와 코냑, 영국의 위스키를 비롯해 백스, 하이네켄, 칼스버그는 독일, 덴마크 등에서 생산된 맥주로서 음료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중국음식은 누구나 좋아하는 세계적인 음식이 되고 있으며, 이태리 피자, 멕시코의 파스타, 인도의 카레 등의 간판은 조그만 세계 어느 도시의 길거리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스시도 런던의 빅토리아 기차역 뷔페에서 잠깐 의자에 기대어 맛볼 수 있는 세계인이 애호하는 음식이 되어 가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 식품의 세계화는 그에 따른 고용효과와 생산승수효과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여기에 파생된 간접효과도 대단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농식품을 세계화하는데 아직도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리가 아직도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정신이 부족하고 토착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 식품 세계화의 걸림돌은 한국식 조리방법, 조미료 등이 세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짜고, 자극적이며, 너무 끓여 신선미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농식품의 세계화는 매우 한정된 기술과 기업가정신을 지닌 사람들의 전유물임에는 틀림없겠으나 일반 농민도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고 생각된다. 요즈음 중남미에는 미국 대도시 소비시장을 겨냥한 식품을 대규모로 생산하고 있는 농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리도 FTA가 체결된다는 가정하에 미국 농업에서 취약한 부분과 한국 농민들이 품질과 가격경쟁력 있는 식품을 개발한다면 우리 농산물도 얼마든지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 또한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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