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이 하는 짓은 다 한다 - 51

<파리를 잡아먹고 있는 파리지옥. 소화액을 분비해 다 소화하는데 보통 10일 걸린다. >

 

파리지옥(Venus-fly traps)이 실제로 파리를 잡아먹는 광경을 보기란 쉽지 않다. 열편은 마치 어린 콩깍지를 벌려놓은 것 같아 흔히들 꽃으로 보지만 잎이 변한 거다. 꽃은 파리지옥 사이로 꽃대가 길게 올라와 잎이 5장인 하얀 꽃을 피운다. 평상시에는 여느 잎처럼 광합성을 하고 있다가 파리가 앉으면 지옥문은 0.1~0.5초 사이에 닫혀버린다.
나는 파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려고 훤히 들여다보이는 플라스틱 통에 기르는 파리지옥을 사왔지만 파리를 잡지 못해서 끝내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운 좋게 꽃시장에서 파리지옥을 팔고 있는 그 중 하나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사진).

파리지옥 아래 열편에는 털 같은 촉모 3개가 나와 있는데 건드린다고 다 닫히지 않는다. 35초 안에 2번 이상, 또는 촉모 2개 이상을 건드려야 닫힌다. 자극에 매우 예민한 세 개의 작은 털은 밑 부분이 기동세포와 연결되어 있어서 덧을 건드리면 이 자극이 전기신호로 변해 기동세포로 간다. 전기신호를 받은 기동세포는 덧의 뒷면 표피의 세포벽으로 수소이온(H+)을 보낸다.
그 결과 세포벽의 산도(pH)가 4.5 또는 그 이하의 강산성이 된다. 산성이 된 세포는 희석시키려고 주변 세포로부터 물을 끌어당기게 되는 데 그 때 열편 뒤쪽 세포가 순간적으로 팽창된다. 그러나 열편 안쪽의 세포는 그대로 있기 때문에 자연이 열편은 안쪽으로 오그라들어 순간적으로 닫힌다.

덧에 파리크기의 고기조각과 유리조각을 살그머니 놓으면 고기조각에는 즉시 닫지만 유리조각에는 닫지 않는다. 이번에는 질소비료를 물에 녹여 몇 방울 떨어뜨리면 고기조각으로 착각하고 덧을 닫는다. 파리지옥은 먹이에 질소가 있는지 없는지를 분간할 정도로 똑똑하다. 파리지옥은 매우 희미한 냄새로 파리를 유인하지만, 잘 키우려면 생선을 주위에 놓아 파리를 꼬이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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