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지역살림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유리천장’은 역시나 깨지지 않았다. 지난 1995년 처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성후보가 당선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는 기록이 계속됐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김은혜 후보가 0.15%p의 초박빙 격차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 선거는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성들에게 민감한 쟁점이었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뒤로 미루면서 여성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것이 여성 후보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나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여성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경기도 이천과 과천, 안성시장, 서울의 4개 구청장에 여성 단체장이 당선됐고, 기초의원 중에서도 여성들이 다수 지역의정에 진출했는데, 이는 여성할당제가 적용돼 30% 이상 여성을 추천하다보니 여성후보의 당선 비율이 높아진 것일 뿐이다.

아직까지 우리 정치권의 기계적인 성평등과 성역할론 등 잘못된 젠더인식이 진정한 양성평등을 가로막고 있다. 한국 내각에 여성이 배제됐다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가지 못했다”는 대통령의 답변에서도 편향된 젠더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능력’보다도 ‘여성이니까...’라는 국민들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위한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그들의 작은 목소리 하나가 더 큰 물줄기를 만들어 ‘유리천장’을 뚫는 날이 올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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