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농촌여성의 삶, 어떻게 변해왔나...

농촌여성신문은 지난 2005년 농촌진흥청,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공동으로 ‘여성농업인의 실태와 의식조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바 있으며, 16년이 흐른 지난해 말에는 그 동안 농촌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짚어보는 2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농촌의 삶과 일, 자아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보람된지, 그리고 얼마나 고되고 어려운지가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첫 특집기사에서는 영농현황과 기초생활여건, 보건․복지 분야의 농촌여성 실태를 살펴봤다면 이번 호에서는 농업․생활문화 정보 습득, 여성농업인정책, 농업․농촌에 대한 생각, 농업과 자신에 대한 미래 등에서 농촌여성들의 삶과 의식이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현재․미래 자아상에 대한 생각 없다는 비율 급증
여성농업인정책 수혜 확산 위해 홍보 강화해야
디지털 문화 확산으로 스마트폰이 주된 정보통

농업·생활문화 정보 습득
농촌여성들의 생활문화 관련 정보 습득 경로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의 비율은 낮아지고 스마트폰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다.(신규 항목 : 가족, 스마트폰) 
조사결과를 비교해보면, 2005년에 TV와 라디오가 5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021년에 조사에서도 46.1%로 비중이 가장 컸지만 7.9%p 줄었다. 2005년 조사에서는 TV·라디오에 이어 마을주민(15.8%), 전문잡지·책(13.1%), 신문(10.2%), 인터넷·컴퓨터(6.1%) 등에서 생활문화 관련 정보를 주로 습득했다.

2021년 조사에서도 주된 생활문화 정보 습득 경로는 TV·라디오였고,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른 개인용 디지털 기기 보급 확대로 스마트폰(24.8%)이 두 번째로 많았다. 마을주민(12.6%), 가족(8.3%), 인터넷·컴퓨터(3.2%), 전문잡지·책(2.1%) 등에서도 생활문화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관련 정보 습득 경로는 2005년에는 TV·라디오(27.0%), 전문잡지·책(26.8%), 마을주민(24.9%), 신문(14.6%), 인터넷·컴퓨터(4.0%)의 순이었고, 2021년 조사에서는 마을주민(27.4%)의 비중이 가장 높았고, 가족(20.8%), TV·라디오(20.7%), 스마트폰(8.7%), 전문잡지·책(6.1%) 등이 농업 관련 정보의 주된 습득 경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여성들의 TV와 신문, 뉴스의 주요 관심사 중 사회, 복지(의료), 연예오락, 여행에 대한 관심은 2005년보다 높아진 반면, 경제, 교육, 음식에 대한 관심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농업인 관련 신문의 관심 분야는 2005년 건강분야, 농업기술정보 등이 비중이 높았으나 2021년 조사에서는 농업상황 전반, 농업기술정보 등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여성농업인정책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 인지도에 대한 조사는 16년이란 시간이 경과하면서 농업환경의 변화로 정책·사업이 대부분 바뀌어 비교 자체가 무의미했다. 2005년에는 일감사업, 농가도우미, 여성농업인센터, 생활과학교육 등에 대한 정책 인지도가 높았고, 2021년 조사에서는 여성농업인센터, 여성농업인 바우처, 여성농업인의 날, 공동경영주 등록 등에 대한 인지도가 높았다. 가족경영협약 교육은 인지도(27.1%)는 낮았지만 정책 만족도(5점 만점에 3.85점)는 가장 높은 사업으로 조사돼 이에 대한 홍보와 인식이 더욱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여성들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해야 할 여성농업인정책’으로는 2005년에는 농업기술교육(26.5%), 복지지원 정책(23.0%), 양성평등 확산(13.1%), 정책결정 참여 확대(7.6%) 등의 순이었고, 2021년에는 복지지원 정책(19.8%), 경제력 증진(19.2%), 농업기술교육(10.5%), 정책결정 참여 확대(9.7%), 노동력 경감(8.4%) 등의 순이었다.

농업·농촌에 대한 생각
농촌 삶에서 가장 좋은 점을 묻는 질문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05년에는 자연환경(33.9%), 노력만큼 생산 가능(31.3%), 정서적 안정·치유(15.1%), 자급자족 가능(10.8%)이라는 응답이 많았는데, 2021년에는 자급자족 가능(26.1%), 정년 없음(21.5%, 신규 항목), 노력만큼 생산 가능(16.0%), 자연환경(13.4%), 정서적 안정·치유(12.3%)의 순으로 나타났다.

농촌여성들이 농촌에서 체감하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는 낮은 소득(36.9%), 일이 힘듦(27.1%), 불투명한 농업전망(14.4%), 문화생활 곤란(7.6%), 자녀교육 곤란(5.4%), 자연제약(3.8%), 건강의료시설 불편(이상 2005년) 등을 꼽았고, 2021년에는 소득·생활·보육 등 복지서비스 부족(43.0%), 보건의료 서비스 부족(20.4%), 문화·여가 서비스 부족(14.6%), 교육여건 부족(10.9%), 대중교통 등 기초생활기반 부족(9.4%), 이웃과의 갈등(1.7%) 등의 순이었다.

농업과 자신에 대한 미래
농업·농촌과 관련한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05년 20.1%에서 2021년 59.1%로 크게 높아졌고, 불만족도(33.7→4.4%)는 현저하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불만족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제문제라는 응답 비중이 가장 많았지만 과거 조사 때보다는 줄었고(61.9→51.1%), 개인생활 부족(16.7→31.1%)과 노인부양문제(1.6→6.7%), 부부간 갈등(2.4→4.4%)에 대한 불만은 늘었다.

현재 자신에 대한 자아상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비율과 미래의 자아상에 대해서도 별다른 꿈이나 계획이 없다는 비율이 2005년 조사 때보다 크게 증가했다.
현재 자아상에 대한 질문에 2005년 농촌여성들은 가정주부(32.0%), 공동경영인(30.1%), 보조농업인(29.4%) 농업인 겸 직장인(5.3%)이라고 응답했으며, 2021년 조사에서는 공동경영인(30.1%)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보조농업인(24.0%), 가정주부(14.1%), 농업인 겸 직장인(7.5%)의 순이었다. 현재 자아상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는 비율은 2.9%에서 23.9%로 크게 늘었다.

미래 자아상을 묻는 질문에 2005년에는 충실한 가정주부(17.9%), 농업으로 성공한 사람, 관심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 여행을 다니면서 즐겁게 사는 것, 봉사활동 하면서 사는 것 등을 꼽았다. 2021년 조사에서는 농업으로 성공한 사람(17.7%), 여행을 다니면서 즐겁게 사는 것, 충실한 가정주부 등의 순이었고, 별다른 꿈이나 계획이 없다는 비율 역시 현재 자아상과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2.2→29.3%)

이 조사결과를 보면, 농업인으로서, 가정주부로서, 지역의 리더로서 농촌여성들이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해 더 자긍심을 갖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래의 꿈에 대한 설계와 실천계획을 세우고 이를 차근차근 밟아가는 노력이 있어야 농촌여성들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변화로 농촌여성들의 삶도 크게 변했을까? 이번 조사를 보면 나름 의미 있는 변화와 함께 농촌사회의 고착된 의사결정구조에 여성들이 끼어들 틈이 여전히 좁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여성이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한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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