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0)

"이해관계(돈)가 생기니 
적나라한 인격이 보이고
됨됨이가 돈으로 가늠되자
나는 혼란이 왔다...."

인격(人格), 품격(品格), 국격(國格), 돈의 품격... 돈의 품격을 요즘 많이 생각해본다. 사람살이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영향력을 주는 돈이 새삼 내 중심을 흔든 것은 작은 푼돈으로 인해 마음이 어지러워서다. 

동네프리마켓을 시작하면서 나는 우리 유기농 귤즙과 꽃을 품목으로 정해서 나가는데, 벌써 7번의 장터를 열었다.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열고, 비가 오면 쉬기로 했는데, 어인 일인지 토요일마다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아서 매주 프리마켓을 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토요일이 너무 빨리 온다고 제발 비가 좀 왔으면 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나이순으로 언니가 되는 내가 얼결에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는데, 사회성이 다듬어지지 않은 나는 의견이 분분해지면 “시끄럽다”며 일축한다. 이의를 제기하면 초강력 레이더 눈빛을 쏘며 제압하면서, “그대가 앞장서 보시오~” 하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런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것은 희생과 봉사를 요하는 일에 앞장서는 일은 아무도 하지도 않거니와 하려고도 않아서, 내가 울며 겨자 먹기로 리더가 됐다.

엉겁결에 몇 명이서 의기투합해 연 장터라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나아가야 할 바를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있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일인데다가 판매수익금이 발생하는 일이기에, 작은 돈에 인격을 느끼기도 했다. 여러 명이 함께 어우러져서 이뤄진 장터고, 전체의 조화 덕분에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들을 접하니 한동안 내 맘이 심란했다.

평소 이해관계 없이 만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해관계(돈)가 생기니 적나라한 인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됨됨이가 돈으로 가늠되는 것을 느끼자, 나는 혼란이 왔다.
나만해도 꽃을 좋아해서 꽃을 아이템으로 정했는데, 막상 장터에 가지고 나가려니 마땅치가 않다보니 꽃집에 가서 몇 가지 사다가 팔면서 1000원이라도 이익을 붙여야 하나 고민이 됐다. 적은 이익금을 붙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장사를 하면 사람이 쪼잔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1만 원을 벌고 10만 원을 쓰는 장사를 하면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10만 원 쓰는 것은 다른 셀러들 것을 사느라고...)

그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내 농산물을 팔기는 했지만 나는 셈법에 익숙지 못해 두루뭉술하게 판매를 했다. 농사는 일 년마다의 수익에 일희일비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5년에 한번 결산해 현상유지가 되면 된다”는 셈법이라서 일일이 손익을 계산하지 않는다.

심지어 ‘작은 돈을 얻으려고 사람을 잃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서 프리마켓에서 돈을 벌지는 못하고 오히려 써도 나는 취미생활이나 수업료라 생각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전체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속상했다. 이럴 때 리더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 단순무식하게 함무라비 법전을 적용해?(도둑은 손을 자른다는 식으로...^^) 동네 화합을 위해서는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는데...
돈에도 품격이 있다. 사람다우려면, 돈을 잘 벌고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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