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통 강태공이라 부른다. 지금으로부터 3100년 전, 주나라 문왕(文王)을 도와 세상을 평정하고 마침내 제나라의 국왕에 오른 인물이다. 
강태공하면 ‘기다림의 미학’이 생각난다. 그에겐 많은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부인 마씨가 일을 가면서 “마당에 널어놓은 보리를 비가 오면 걷어 달라”고 했다. 태공은 소낙비가 와서 보리가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책 읽기에 몰두했다. 마씨부인은 더 이상 가난을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강태공이 왕이 된 후 민정시찰을 나갔다가 우연히 자기를 버리고 재가한 마씨를 만나게 된다. 마씨는 옛날을 후회하며 다시 자기 자신을 받아주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강태공은 한 번 엎질러진 물처럼 끊어진 인연은 다시 맺을 수 없다며 마씨의 청을 물리쳤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복수난수(覆水難收)란 고사성어가 여기서 생겨났다. 긴 세월 가난과 인고의 세월을 참으며 왕이 된 강태공과 가난을 참지 못하고 재가해 버린 마씨부인의 일화는 우리에게 기다림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묻고 있다.

필자는 오랜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별다른 증상도 없는데 양성판정이 나왔다. 좁은 호텔방에 혼자 격리생활을 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평소에 나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조급함과 지루함을 느껴보긴 처음이다. 지금은 새장 안의 새지만 내겐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기에 희망에 부풀어 있다. 강태공의 기다림의 미학을 체험하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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