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경안서 농업분야 예산 대폭 삭감

비료값 지원 부담도 농협에 60% 전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이 채 안됐지만 벌써부터 ‘농업홀대’의 조짐이 보이며 농민들의 아스팔트 농사가 새정부 초반부터 시작될 분위기다. 정부가 내놓은 2022년 추경안이 차별적 편성이라며 농업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추경예산안의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재정규모를 보면, 본예산보다 2132억 원이나 감소했다. 5개 사업 2121억 원이 증액됐지만, 무려 58개 사업 4253억 원이 삭감돼 전체적인 농식품부 소관 예산은 16조8767억 원에서 16조6635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대로 추경안이 확정되면 농림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서 2.5%로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농어업 분야 예산 감액규모뿐만이 아니라 예산부담을 농협에 떠넘겨 결국 농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점이다. 추경안에 담긴 ‘무기질비료 가격 안정 지원 사업’은 무기질비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비료값 인상분의 80%를 농가에 지원하는 사업인데, 올해 총사업비 6003억 원 중 정부부담은 고작 10%인 600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나머지 90% 중 농가 자부담 20%, 지자체 10%를 제외하면 60%인 3602억 원의 사업예산을 농협이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농협 조합원과 농민들이 떠안게 된 꼴이다. 게다가 올해 농협경제지주의 사업계획에 따른 손익은 330억 원 흑자에 불과해 추경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대규모 손실 발생으로 자본잠식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결국 농협의 다양한 대농민 지원사업에도 영향을 줘 조합원과 농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민단체들은 대선공약으로 비료값 상승분을 지원해 농가부담을 낮추겠다더니 이제는 오히려 농민들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려는 새정부를 어떻게 믿고 5년간 국정운영을 맡길 수 있겠냐며 성토했다. 그러면서 당초 계획대로 비료값 인상분 국고 지원 분담률 재조정과 농업생산비 절감을 위한 추가지원이 관철되지 않으면 농민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전면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농민단체뿐만 아니라 국회 농해수위 소속 야당의원들도 이번 추경안과 관련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농어민들에게 꼭 필요한 재난지원금은 주지 않으면서 농업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인건비·유류비·비료값·농산물 가격폭락 등으로 고통을 겪는 농민들을 외면하는 새정부의 농업정책 기조와 철학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가 재임기간 동안 역대급 ‘농업홀대’로 농업계의 지탄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임 대통령의 농정기조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농업홀대’가 더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 출발인 만큼 아직 바로잡을 기회는 있다. 추경안에서 삭감된 농업예산을 최소한 2022년 본예산 수준으로 회복하거나, 그마저도 어렵다면 내년도 본예산에 삭감된 예산만큼 증액시키겠다는 확약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살기 좋은 농촌을 염원하는 농민들의 최소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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