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미래농업·농촌재생에 ‘여성’은...

농촌여성의 일과 삶 배려한 농정 실현돼야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내각 구성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정황근 장관이 지난 11일 취임했다. 농림축산식품 여러 분야를 거친 정통관료라는 점에서 농업계는 새 농정수장의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시장개방정책과 쥐꼬리 농업예산 등 극심한 농업홀대가 농업계에 큰 실망을 안겨준 터라 정 장관이 산적한 농정현안을 얼마나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지금 우리 농업·농촌은 거센 개방화 물결에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고, 농축산물 수급 불안정과 가격 폭락, 생산비 증가,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위기, 특히 러-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곡물가 급등 등으로 내우외환이 지속되고 있기에 그렇다.

당면한 현안 앞에서 정황근 장관은 취임사에서 우리 농업·농촌과 식품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자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하고, 활기찬 농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일곱 가지 약속을 내놨다. 식량주권 확보를 통한 국민 안전 먹거리 제공,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농축산업, 농업직불금 5조 원 확대와 농가소득 안정, 농촌재생과 농촌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 반려동물과 행복한 사회, 농업계와의 긴밀한 소통 등이 그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모두발언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 산업화를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해 식량안보 문제와 쌀 수급 안정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이미 농식품부 내에 ‘(가칭)쌀가루산업육성 TF’를 구성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쌀가루산업 육성은 정황근 장관이 농촌진흥청장 재직 당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사업으로, 농진청장 취임식에서 쌀 품종·가공기술 다양화 등을 통해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포함됐듯이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스마트팜, 디지털농업 등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플랜 추진도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황근 신임장관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취임사에서 밝힌 농업분야 청사진과는 달리 거의 언급되지 않은 농촌분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농업인력 부족과 지역소멸 문제, 귀농·귀촌인구의 정체, 농촌 복지서비스, 여성농업인 육성 정책 강화 등 농촌사회 부문의 현안 해결을 위한 밑그림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정 신임장관의 이 같은 기조는 농진청장 취임 당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제한된 시간과 분량으로 본인의 포부와 추진계획 등을 다 담을 수 없지만 우리 농촌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농업분야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농촌여성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식량주권, 스마트팜, 탄소중립, 청년농, 반려동물 등 키워드에 밀려 ‘여성’이란 말이 한 마디도 없었던 것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젠더갈등으로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현 정부의 양성평등 인식이 아닐까 생각한다면 억측일까. 부디 이 같은 시선이 억측에 그치고, 농촌여성이 행복한 농정 추진에 힘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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