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채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장

"농업회의소가 세 번씩이나 
국회 입법 과정서 밀려났다. 
아마도 농지관리가 정확해지면
불법 소유․전용이 들통 나고
어려워지게 될 부재지주와
농지투기세력, 비호세력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어서일까..."

▲ 정명채 한국농촌복지연구원 이사장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와 농가소득 여건 악화(연평균 –4%), 농가인구 감소(현재 전체인구의 4.7%), 농지면적 감소(연평균 10% 이상 전용) 등 농업은 위기로 가고 있다. 이렇게 된 농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과제는 농업의 핵심인 농지·농민·농촌 지키기다. 그런데 도시화와 산업단지 확장, 태양광시설 증가 등으로 농가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비농민의 농지소유 증가로 임차농지가 늘어나 경자유전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농지가 투기수단으로 전락해 지가는 생산성과 관계없이 계속 오르고 있어 농민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프랑스는 농지관리의 모든 행정을 정부가 맡지만 경자유전을 집행하는 수단은 농민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농민대의조직인 농업회의소에 맡겼다. 그래서 누구든 농지를 취득하게 되면 그 농지에 대한 농사계획서를 내게 되는데, 이 계획서를 농업회의소가 맡아서 3년 이상 컨설팅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농민들이 농업회의소 회원이고 농지이동이 있는 곳의 농민이 컨설팅에 참여하게 되므로 그 내용이 정확하게 모니터링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므로 농업회의소를 살아있는 농지개혁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농업회의소가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씩이나 국회 입법 과정에서 밀려났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농지관리가 정확하게 되면, 불법적 소유·전용이 들통 나고, 어려워지게 될 수 있는 부재지주들과 농지투기세력, 이들을 비호하는 이들이 국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다음 농민 지키기인데, 이제 우리는 UR협상과 WTO 이후 모든 농산물시장이 개방되고 해외농산물의 수입이 자유로워지면서 농산물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농산물가격으로 농가소득을 보장해 주기는 어렵다. 그래서 농업소득 외에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저장·유통하면서 얻는 소위 농외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6차 산업을 지원했지만 그것도 장사가 잘되면, 그래서 매출이 늘고 기업이 되면 그 소관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중소기업부로 넘어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대기업들에게 잡아먹혀 끝나게 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농업·농촌의 공익소득은 농사 과정에서 저농약·유기농 등을 통해 발생되는 공익적 기능을 보상받는 ‘농업 공익소득’과 농촌전통문화 유지, 경관 유지, 마을가꾸기 활동 등의 비용을 보상받는 ‘농촌 공익소득’ 그리고 농촌지역의 태양광·풍력·소수력 등 전력생산시설의 공동경영에서 발생하는 ‘공익사업 배당소득’을 체계화시켜야 농어촌 공익직불제도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공익소득의 활동 범위와 실적 등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는 행정체계가 필요한데 유럽은 농업회의소에 위탁하고 있다. 농업회의소 회원이 지역주민이어서 사실확인이 정확하기 때문이며, 농민과 농촌지역 주민들의 공익소득을 높이기 위한 지도 활동을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회의소는 농민의 법적 대의조직으로서 농산업체지정육성법 집행을 위탁받아 농산업의 컨설팅을 책임지고 있어 농외소득 활동까지 지원한다.

헌법 123조5항에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이들의 자주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농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농업회의소 입법화가 지난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면서도 성사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중차대한 농업회의소 입법화가 부각되지 못해 많은 농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이에 새정부의 농업회의소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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