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의 토양에는 전 세계의 인구보다 많은 미생물과 유기체가 존재한다. 이 건강한 토양이 우리의 식량이 될 식물을 키우는 영양소가 되기에 농업인들은 생물의 다양성을 소중하게 여긴다. 

필자는 생물의 다양성이 가장 잘 보존되고 있는 라오스 남부의 볼라벤고원에서 일하고 있다. 인간이 식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이곳의 식물 다양성을 통해 배우게 된다. 열대지방이지만 해발 1000m이상의 고원지대는 늘봄(常春)이다.

사계절 봄이다 보니 수많은 식물과 이름 모를 꽃들이 주변을 메우고 있다. 크고 아름다운 꽃보다 더 매혹적인 것은 꽃의 향기다. 식물이 번식기간이 다가오면 저마다 종족 번식의 본능에서 꽃을 피우고 향기와 꿀을 내뿜으며 곤충들을 유혹한다. 특히 밤과 이른 아침에 내뿜는 꽃향기는 너무 진해서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밤에는 기압이 낮고 바람이 적어 꽃향기가 지표면에 가라앉아 더욱 진한 향기를 느낀다. 자화 수정을 하는 꽃들은 비교적 작고 볼품이 없지만 타화수정, 즉 곤충 같은 중매쟁이가 필요한 꽃은 더 크고 화려하다. 

대표적인 식물이 제라늄, 라벤더, 박하 등 허브식물이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허브식물을 채소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을 여행할 때 향채(香菜)가 들어간 음식이 나오면 거부감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허브 채소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는 소독제도 되지만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봄꽃 향기를 맡으며 자연은 우리의 ‘위대한 교과서’란 사실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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