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재단, 창립 18주년 심포지엄서 기후·먹을거리·지역위기 해소할 ‘3강6략’ 제시

5년이 지난 지금 결국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를 부르짖던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헛공약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농축산물 96.1%, 수산물 100% 관세철폐와 다자국과 맺는 메가 FTA로 농어업을 말살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큰 CPTPP 가입절차에 속도를 내며 마지막 농업패싱에 방점을 찍고 말았다. 지역재단이 임박한 새정부 출범과 6월 민선8기 지방정부 시작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놓친 농정실패를 되짚고 이를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윤석열 정부의 농정,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창립 18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 文이 못 지킨 약속 尹은 지킬까 출범을 앞둔 새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사진은 지난 2월4일 열린 농정비전발표회에서 윤석열 당선인(사진 오른쪽)이 주최측에서 준비한 농정확약서에 서명 후 실천을 다짐했다.

끝까지 농업패싱한 文정부
발제에 나선 지역재단 허헌중 상임이사는 촛불정부를 자처하며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국민 모두가 건강한 대한민국’을 내걸고 농정의 틀을 전환하겠다는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허 이사는 “책임농정을 위해 출범시킨 대통령직속 농특위가 농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할 정도로 대통령 스스로 단순 자문기구에 머물게 해 다른 부처가 푸대접받도록 했다”며 “역대정부와 마찬가지로 자치분권에 역행하는 중앙집권농정과 국민을 배제한 폐쇄적 관료주의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거기다 CPTPP 가입추진으로 먹을거리 위기를 심화시켰고, 민관전문가가 참여해 만든 국가먹을거리종합전략과 먹을거리기본법이 UN 정상회의용으로 쓰인 후 용도 폐기됐다고 비판했다.

농업계 “文정부 농정은 결국 실패했다” 평가
尹당선인 약속한 직불금예산 5조원 넘어 8조원 확장 주장

허 이사는 “기재부 횡포와 농식품부 무능으로 농식품바우처, 임산부친환경꾸러미, 초등돌봄과일간식 사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시범사업으로 되살아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직불금 중심의 직접보상 농정도 사실상 무산됐다는 게 허 이사의 평가다. 실제로 문 정부는 임기 내 5조 원 규모로 직불제 개혁안을 내세웠지만, 2021년 기준으로 2조3610억 원에 머물렀고, 다기능농정을 위해 필요한 선택직불제는 805억 원으로 전체 직불금의 3.4%에 그쳤다. 윤석열 당선인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과 동일하게 5조 원을 약속했지만 허 이사는 이는 충분치 않고 직불중심농정과 다기능농정 실현을 위해 임기 내 8조 원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강6략으로 농정 전환하자
그렇다면 새정부는 농정전략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이 물음에 허 이사는 ‘농정대전환 3강·6략’을 제시했다. 이미 지역재단은 대선 전 기후위기, 먹을거리위기, 지역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각 대선후보에게 전달하며 농정공약에 반영되도록 힘썼다.

3대 강령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먹을거리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이다. 허 이사는 “3대 강령의 구체적 추진계획인 6대 방략은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기본법 제정, 지속가능한 농어업 실현, 농어촌주민수당 지급, 농어촌주민 행복권 보장, 농어촌 주민자치 실현”이라고 요약했다. 그중 몇몇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어촌주민수당의 경우 지역개발예산을 조정해 국토·환경·문화·지역 지킴이 수당으로 1인당 월 30만 원을 지급한다면 빈사상태인 농어촌경제와 농어촌주민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전면적 도입을 제안했다.

허 이사는 “LH사태로 농지실태 전수조사와 다양한 보완책을 내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새정부는 부재지주 농지의 농민소유로 전환하고 실경작자 중심으로 10년 장기임대와 임차료율을 제한하는 임대차 강화, 먹을거리 안보에 필요한 농지총량 유지와 확대로 농지농용 경자유전 원칙을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4월28일 지역재단이 창립 18주년을 기념해 새정부가 추진해야 할 농정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법적으로 농특위 존속 보장받지만 제역할 여부 회의적으로 봐
공약 이행하려면 재정계획부터 제대로 짜라는 주문도

먹거리 보장·청년농 육성은 더 지원돼야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과 경기먹거리연대 박미진 집행위원장은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마련을 공통적으로 당부했다.

윤 사무총장은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면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비대면 위주의 유통방식 변화, 기후변화 등 복합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불평등 없이 먹거리가 제공되도록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1만1903개 학교의 538만 명 학생 급식 제공에 약 6조5000억 원이 소요되지만 부담주체는 교육청과 지자체, 보호자 등으로 중앙정부 재원 투입은 전혀 없다”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영유아에게 하루세끼 친환경무상급식 지원, 부모가 부담하는 조식비와 석식비를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공약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현금지원 방식은 지역기반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순환체계 구축이 어렵고, 식재료 구매방식 개선 없인 친환경무상급식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구친환경농업협회 김광천 사무총장은 “많은 기대 속에 농특위가 출범했지만 역량부족보다는 농업을 둘러싼 사회의 관점이 어떤지 여실히 보여줬다”며 “법적으로 5년을 보장받았지만 어떻게 재편될지 현장에선 제 역할을 할지 회의적 분위기”라고 말했다. 새정부가 챙겨야 할 우선순위로 김 사무총장은 청년농 지원을 지목하며 “청년농은 후계농, 귀농인, 예비귀농인, 귀촌인 등 대상이 매우 다양하고, 영농여건과 기술력은 창농 배경과 유형에 차이가 커 맞춤지원이 필요하다”며 “윤 당선인이 미래 먹거리 신성장전략을 농업을 스마트산업으로 혁신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는데, 일반농가도 소규모 비용으로 정밀·디지털농업에 접근할 수 있게끔 하드웨어와 소트프웨어 모두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계획 수립·사회서비스 혁신도 주문
인천대학교 이명헌 교수는 새정부가 직불금예산을 5조 원으로 확대하려면 매년 5000억 원을 새롭게 배정해야 하는데 현재 재정사업의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공약이행을 위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할 때 구체적인 재정계획이 담겨야 한다”며 “그리고 계획을 수립할 때 일부 공무원과 연구자만 할 게 아니라 농업계와 환경, 먹거리 관련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연구원 황영모 연구위원은 농어촌주민의 행복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은 “농어촌형 무상교통으로 이동권을 강화하고, 마을주치의로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농어촌 기본주택을 보급해 주거권을 개선하고, 영화관·목욕탕·이미용실 등이 결합한 복합생활시설을 갖춰 생활권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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